지난 1일 대전 대덕구 평촌동에서 발생한 ′3모녀 인질강도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www.idmap.co.kr)에는 경찰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6일 오후 8시 현재 무려 284명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으며 7550명이 방문했다.

다음은 사건개요와 피해자 가족의 주장이다.



지난 1일 오전 11시 30분쯤 대전 평촌동 G 음식점에서 안 모(28·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씨가 식당 주인 송 모(33·여)씨와 송씨의 딸 김 모(7)양 등 딸 2명을 흉기로 위협한 채 1시간여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출동한 경찰과 격투 끝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식당 주인 송씨와 김 양이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송씨는 을지대학병원에 입원했으나 중태에 빠졌고 김 양은 크게 다쳤다. 또 북부경찰서 황 모(33)경감 등 진압 경찰관 3명도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범인 안씨는 출동 경찰에 대항하다 자신의 흉기로 자해, 대전보훈병원에 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범인 안씨는 또 1주일 전쯤 돈을 빼앗기 위해 20대 여자를 살해한 뒤 사체를 자신의 자취방에 유기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날 범행도 돈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

< 피해자 여동생이 홈페이지에서 밝힌 사건의 요약>

1일 오전 7시 30분쯤 평상시처럼 피해자인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조카들이 학원에 갔는지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오늘 못 간다. 애들 피곤해서 못 간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별 생각 없이 출근을 했다.

이후 오전 9시30분쯤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식당 문이 닫혔는데 이상하니 어찌 된 영문인지 네가 전화를 해봐라″고 말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바로 식당전화로 전화를 했더니 받지를 않았고, 언니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도 한참이나 벨이 울린 후에야 전화를 받았는데 역시 목소리가 떨렸다.″애들 학원 못 간다. 내가 휴가 다녀와서 전화할게. 끊자″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식당으로 가 보라고 하고, 다시 언니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또 한참 울린 후에야 전화를 받는데, 아까보다 더 격앙된 목소리로 ″애들은 못간다. 밑에서 차가 ′빵빵′ 거린다″고 흐느꼈다.

엄마가 황급히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 받고 온 경찰 2명과 주방장이 함께 2층으로 올라 가 봤더니, 인질극은 벌어지고 있었고 주방장은 흥분해서 ″납치극이다.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외쳤다.

나는 엄마와 목사님, 형사 한 명과 함께 아이들만이라도 풀어달라고 좀 사정해봐야겠다고 현장에 올라갔다.

범인은 작은 조카의 머리를 가랑이 사이에 낀 채 칼을 들이대고 ″저리 가″라고 소리쳤고 언니도 엄마에게 ″엄마 내려가 있어요. 애들 놔두세요″ 라고 새파랗게 질려 애원했다.

경찰은 범인의 요구대로 금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범인을 나오도록 했다. 옥상 계단을 통해 범인이 언니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작은 애는 언니의 등에, 큰애는 언니의 뒤에 붙어서 내려 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 갑자기 형사들이 주변에 있던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하나씩 들고 점점 그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범인 쪽으로 다가가며 둘러섰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총이나 가스총은 어디다 두고 각목이 왠 말인가. 게다가 한 형사가 ″너 찌를 수 있어. 찌르려면 찔러 봐, 임마! 찌르지도 못하면서 뭐하냐, 임마!″

이런 위협을 했다. 범인의 화를 돋우는 순간 ‘탁’하는 소리와 함께 언니와 아이들의 비명소리...

경찰은 당황한 듯 범인의 머리를 각목으로 살짝 내리쳤다. 이후 상황은 뻔했다.

언니의 목에서는 이미 피가 솟구쳐 흐르고 있었다. 형사들은 그 범인을 둘러싸고 뒤엉켜 있었고, 언니를 둘러싼 조카애들, 저 그리고 가족들만이 땅을 치고 울었다.

사건이 끝난 후 바로 진술이 필요하니 경찰서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도착하고 보니 몇몇 경찰들이 좀 전의 상황을 VTR로 보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한 경찰관이 ″상황종료″이라고 외치자 다 같이 박수쳤다.

경찰서 안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잘 했어″ ″우리 쪽 누구 다친 사람 없나″″예 3명 부상입니다″ ″저는 조금 있다 병원에 가면 되고 둘은 이미 병원에 있습니다. 조금 다친 것 같습니다″ ″허허 큰일이군, 그 병원 수술은 잘 하나″ 등이다. 이어 경찰서장은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한쪽 옆에 서 있던 나는 너무 어의가 없었다. 인질의 생사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대명천지에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홈페이지의 글을 읽은 한 네티즌은 ″한 가정을 망친 사람은 인질범이 아니라 이 나라입니다″며 ″이 나라를 떠나 이민가고 싶습니다″라고 흥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어이없는 경찰의 실수를 사죄해야 한다″며 ″쇠파이트로 인질범을 잡으려 한 것은 범인만 잡으면 인질이 죽어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무튼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둔기로 안씨의 머리를 때려 흉기를 빼앗으려 했으나 완전히 제압하지 못해 송씨 등 인질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인질범에 대한 경찰의 기본적인 대응자세에 적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되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위급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므로 그 결과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

< 이석호 기자 · ilbolee@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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