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구국 결사대 조일환 대표
(단호한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곧잘 이용되던 단지 행위를 두고 내부적으로 찬반 양론이 있었다. 육체의 일부분을 자르는 행위는 목적이 아무리 순수해도 현실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구나 이는 과거의 예를 보면 철저하게 조직화된 집단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행위이며 엽기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미국 CNN등 외신에서 사실 보도를 했지만 행간에는 마치 야만적인 행동을 보듯 다루는 과정에 비아냥도 숨어있어 결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당사자를 둘러 싼 소문도 많았다. 하지만 어쨋든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고 항간에 화제를 불러 관심을 집중시킨 만큼 기사로써 가치는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행한 이유와 그들의 실체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싣기로 했다.)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난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과서 왜곡에서 촉발된 항일 시위는 우리로서는 독립기념일이면서 일본의 패전일인 8월15일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斷指) 의식까지 행한 격렬한 항의도 있어 주목을 받았다.
13일 서울독립문 앞에서 고이즈미 일본총리 신사참배를 반대하며 단지의식을 가진 한국 구국 결사대 대표는 충청인 조일환씨(67·충남 아산시 배방면)였다.
- 이렇게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주면서 격렬한 투쟁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고 물질적인 보상을 해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겁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동포 600여만명을 군인, 군속 노무자, 정신대 등으로 끌고 가서 이중 200여만명이 희생당했어요. 그런데,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하면서 우리동포의 엄청난 희생의 대가로 일본은 무상 3억달러와 유상 2억달러를 우리에게 지불함으로써 저들의 죄값을 치루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만과 필리핀은 1인당 1천만원을 보상해줬습니다. 또, 일본은 전쟁 중 미국에 임시로 수용되었던 일본인의 피해보상금으로 1인당 2만달러 즉 1천3백만원씩 보상을 받았어요.
이에 비해 우리국민이 보상받은 금액은 1인당 30만원이 고작이예요. 인간의 고귀한 생명의 대가가 겨우 30만원에 불과하단 말입니까? 이것이 진정으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려는 자들의 태도입니까. 그래서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 단지의식에 참여한 한국구국결사대의 정체는.
″ 한국구국결사대는 무술인들의 모임입니다. 당초 계획은 전국의 무술인들이 모여서 뜻을 보이려고 했지만 경찰의 감시가 심해서 무산 됐어요. 그래서, 이번 의식에는 우리 천안지역에서 활동중인 무술인들을 주축으로 단지의식을 갖게 됐어요.″
- 언제부터 계획을 했습니까.
″약 한달 전부터 이번 의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보름전에 우리 계획이 경찰에 유출이 됐어요. 그때부터 경찰들 피해 다니느라고 제대로 의식을 못 치렀어요. 13일 당일에도 산으로 도망 다니다가 새벽 1시에 겨우 서울로 올라 갈 수 있었죠. 서울에 올라가서도 경찰들을 피해 다니느라고 제대로 결의문도 못 읽고 12명만 단지의식을 거행한 거죠″- 여러 가지 시위방법이 있을 텐데 굳이 단지의식을 택한 이유는.
″일본 사람들이 그런걸 좋아해요. 임진왜란 때 어떠했습니까. 죽은 사람 인피(人皮)도 벗겨가고 코와 귀도 잘라 갔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우리의 의지를 손가락에 담아 보내려고 했던 겁니다.″
- 74년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때도 단지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버들회′라는 단체회원 33명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단지의식을 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무술인들이 주축이 되었죠. 요즘처럼 경찰의 공조체제가 견고하지 못해서 천안에서 집회를 하는 것처럼 하다가 전부 서울로 상경해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의식을 거행 했죠. 그리고 일본대사관에 손가락도 전달 했구요. 일본으로부터도 정식으로 사죄도 받아냈었죠.″
- 격렬한 항일을 하는 데 특별한 내력이 있는지.
″아버님이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의 만행으로 돌아 가셨어요. 어머님도 가난한 생활을 혼자 어렵게 꾸려 나가셨죠. 때문에 저는 어려서부터 고아 아닌 고아로 자랐어요. 그래서, 일본에 대한 감정이 더 안 좋은 것도 사실이예요.″- 처음부터 일본의 보상을 강조하는 데 자신과 연관이 있는지.
″지금 우리 현실은 참담합니다.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은 힘들게 사느라고 못 배워서 지금 다들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반면, 친일파의 자손들은 지금 상류사회에서 호의호식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반드시 일본에게 보상을 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죠″
- 사건 전후로 계속 감시를 받고 있는데 불편한 점은.
″불편하긴요. 저 사람들도 위에서 지시 내리니까 할 수 없이 저를 감시하는 거지 저랑 무슨 감정 있어서 그러겠습니까. 저 사람들도 무척 힘들겁니다.″
- 단지의식 참여 회원에 대한 시중 여론이 좋지만은 않는데.
″단지의식에 참여한 회원들 일부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아요. 그리고 오늘, 내일 2∼3명 경찰조사 받으면 아마 곧 구속될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린 누굴 원망하지 않아요. 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죠. 하지만, 제발 저를 막지 마십시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막으세요. 그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서 우리가 행동하는 거니까요″
-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보는 지.
″왜 이런 의식을 했는지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경찰 말만 듣고 깡패 운운하는게 과연 어떤 저의인지 모르겠어요. 물론 제가 과거에 주먹세계에서 오래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정말로 일본의 최근 작태에 대해 울분을 느낀 국민으로써 일본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의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보도되다니... . 기사화 하려면 적어도 한번 정도 의견을 물었어야 했습니다. 일본은 역사의 진실마저 바꿔가며 국익을 우선 시 하는데 순수한 의도의 행사를 무슨 깡패집단의 집단행동처럼 묘사하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
- 앞으로 계획은
″죽는 날까지, 일본이 사죄하고 1천억달러를 보상받는 그날까지 끝까지 일본을 상대로 싸울겁니다. 저의 목숨이 필요하다면 목숨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끝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고야 말겠습니다.″
< 우종윤기자 · man-pa@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