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밤 11시쯤 대전 유성구 레전드호텔 인근 '이화' 룸싸롱에서 영화 '친구'에서나 볼 수는 듯한 대격돌이 벌여졌다. '이화'는 대전에서 가장 호화로운 룸싸롱으로 꼽히는 곳. 너무 고급스러워 어지간한 사람은 술값이 너무 비싸 접근도 하기 어려운 아방궁(?)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폭력배들의 움직임에 룸싸롱은 대형 유리창이 박살나고 소파 등이 날아가는 등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대형 살인사건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였다. 한마디로 영화 촬영장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공포의 현장이었다.
때마침 경찰 순찰차가 이 같은 폭력 현장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순찰차는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 평화롭게 사건현장을 스쳐갔다.
이런 광경을 많은 시민들이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목격자 중 이날 대구에서 모처럼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유성을 찾은 이정수라고 밝힌 사람이 이런 모습에 격분, 다음날 대전시 홈페이지에 사건내용을 올렸다. 내용이 띄워지자 네티즌의 방문을 줄을 잇었다. 방문자수가 1천명이 될 정도이다.
이씨는 홈페이지 글을 통해 "사건현장에는 겁에 질린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부서지는 물건들의 끔찍한 폭발음 소리들이 난무했다"며 "순찰차는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지나가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검찰청(470-3000)과 경찰청(470-4482)로 신고했으나, 이것 또한 허수고였다"고 치안부재를 지적하며 흥분했다.
이정수씨의 홈페이지 글이 여론화되자 관할 둔산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네티즌 여론에 밀려 마지 못해 수사에 나섰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별거 아닌데 괜히들 그런다, 검찰에서 제대로 사건이 성립될 지 모르겠다"고 말한 경찰 관계자의 말에서 이런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둔산경찰서는 사건 관련자 3명을 폭력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놓은 상태다. 이제 검찰의 판단만이 남아 있다.
경찰의 수사결과는 이렇다.
사건의 주인공은 유성의 J 룸싸롱 주인 P모씨(40). 또 다른 입건자는 '이화' 룸싸롱 주인 J모씨(42)와 P씨의 후배 K모씨.
P씨와 J씨는 초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이들은 부인들과도 잘 알고 지내는 막역한 관계이다.
그러나 최근 J씨의 부인이 P씨의 부인을 만난 자리에서 "남편이 요즘 수상하니 조심하라. 바람이 난 것 같다"고 말한 것이 화근.
이같은 말을 전해들은 P씨의 부인과 P씨는 대판 부부싸움을 벌였고, 이후 부인은 친정으로 가버렸다.
P씨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J씨의 부인에 대해 상당히 격분해 있었다. 이런 차에 사건이 벌어진 날 P씨는 술이 만취된 상태에서 '이화' 룸싸롱을 찾았고, 마침 카운터에 앉아있던 J씨의 부인을 보자 "형수가 그렇수 있느냐"고 화를 내면서 폭력 사건이 벌이진 것. 이 와중에 J씨가 나타나 "왜 이리 소란이냐"며 P씨의 뺨을 한 두차례 때리는 바람에 P씨가 후배 K씨를 부르는 등 사건이 확대돼 대격돌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은 물건 피해도 1백만원이 되지 않는 등 작은데다 사건 이후 당사자간에 합의를 본 점을 감안,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시민들은 아직도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과가 궁금하다.
< 이석호 기자 ilbol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