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아껴라

 언론인으로서 자신감 회복

 대우개선을 통한 생활보장 절실


언론사만큼 맨 파워(Man Power)를 소중히 여겨야 할 집단은 없다.
최근 이런 특징을 가진 지역 언론사의 인력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대전매일은 사원들이 양분돼 일부 세력이 집단으로 퇴직, 새로운 신문 창간을 위해 투자자 물색 중에 있고 대전일보도 지난 한달간 중간 관리자가 대거 사직을 했다. 중도일보 또한 중견간부와 일선기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 벤처회사에 둥지를 트는 등 지방 3사 모두 인력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을 맞고 있다.
이들이 정든 직장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직무수행에 한계를 느꼈거나 궤변이 상식을 제압해 버리는 사내 논리, 그리고 급료 체불에 따른 경제적인 불안 등이 기자와 생활인으로서 희망을 빼앗아 버렸다.
게다가 과거와는 달리 최고 책임자와의 직접적인 대화가 잦아지면서 닫혀있는 의식을 확인한 것도 서둘러 직장을 떠나가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험많은 언론인 조기 퇴직 유감

이들 중 가장 극복하기 힘든 건 바로 기자로서 꿈을 펼칠 수 없는 부분이다.
얼마 전 퇴직한 한 언론인의 말이다. 이 말은 꼭 써 달라며 전화로 당부까지 했다.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서운하기는 커녕 정말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 속에 있는 동안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는 얘기지요. 특히 신문이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 본다는 건 너무 힘들었습니다. 의식없는 인간들이야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러느냐′고 하겠지만 저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물론 상식을 벗어난 경제적인 문제도 분명 하나의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로서 역할에 충실할 수 없는 환경이 더 크게 작용했지요. 게다가 ′너희들이 여기 아니면 갈데가 있겠느냐′는 식의 눈길에도 환멸을 느꼈습니다.″

대전지역 언론사가 떠나가는 직장으로 된 건 유감스런 일이다. 특히 오랜 경험을 가진 언론인이 조기에 펜을 놓는 다는 것은 지역 언론 발전을 위해서 분명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국가적인 경제위기 이전에도 젊고 유능한 언론인들이 중앙 언론사로 자리를 옮기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직을 해왔다. 어느 직장이든 3% 내의 이직율은 일반화되어 있다. 문제는 대전지역 언론사 처럼 이직이 정도를 넘어선 경우다.

무력감이 사표로 연결

1980년 대 중반의 일이다.
편집국장이 기자들에게 사적인 감정을 내세워 기사작성을 강요하는 일이 많은 한 신문사가 있었다. 결과는 자고 나면 사직이었다. 평소 캐쥬얼 복장을 즐겨입던 기자가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출근을 하면 영락없이 사표제출용 제복이었다.
2년여 편집국장 재직 기간동안 편집기자들의 약 절반이 중앙 언론사로 빠져나갔고 비교적 이동이 힘들었던 외근기자들까지 이직 대열에 합류하기까지 했다.
당시 서울로 간 한 기자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편집국장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는 기자들 이직에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당시는 보수도 괜찮은 편이었고 생활 근거지가 대전이어서 굳이 서울로 갈 필요도 없었지만 많은 기자들이 서울행에 몸을 실었지요″

90년대 후반 이전 기자들의 이직은 상당수 이념적인 갈등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았다. 신문 제작에 대한 열정과 신문의 사회적 기능, 공기로서 지켜야 할 도리등이 회사 이익과 상충되면서 많은 수의 기자들이 직장을 뒤로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이직은 90년대와는 사뭇 다르다. 큰 틀에서 작은 틀로 이념의 공간을 옮겨가는 모습이다. 기자로서 최소한의 업무 수행에 한계, 죄의식 없는 체불, 언론인으로서 가치관 전도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로인해 기자들 스스로 자괴감과 더불어 ″내가 이짓 할려고 기자가 되었나″하며 무력감에 울분을 토하게 되고 잇단 체불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편집국장의 가치관이 판단의 기준이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베일속에 감춰져 있던 경영자의 가치관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이 흐르는 직장 만들어야

′인재를 아껴라′는 말이 작금의 지역 언론 상황과 어울릴지 의문이 간다.
생존 논리가 언론의 금도를 제압해버리는 상황속에 이런 당부가 과연 설득력을 가질지 정말 조심스럽다. 그렇더라도 나름대로 노력은 해야한다. 정확한 이념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언론인으로서 자신감을 되찾고 적절한 보수 지급을 통해 생활인으로써 대우를 해줄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회사 사정이 어렵지만 그속에서도 인재를 아낄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서로 헐뜯거나 말을 물어내는 인물, 그리고 궤변으로써 경영자의 눈에 들려고 하는 인물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인 동료들만 서둘러 떠나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 작은 잘못에 관용을 베푸는 자세도 분위기를 다잡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확실한 자본 투자가 떠나가는 기자를 잡고 분위기 쇄신을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각 사별로 이를 위해 전력을 투구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어렵지만 동료간에 마음이라도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그안에서 최선의 방법이다.
′나무는 벌목을 하면 새것이 곧 자라지만 사람은 한번 잃으면 그것으로써 끝이다′라는 플루타고르의 말을 인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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