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신문배달로 내몰고 아이들 유치원도 못보내

  염치불구 "촌지달라"… 사이비기자 전락

  어느 7년차 지방기자의 고백


8월1일 창간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는 디트news24 사무실에 지난주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대전지역 L모 일간지 중견기자로 부터의 편지였다.
대전에서는 누구라고 밝히면 알만한 사람은 알 정도로 이름값(?)을 하는 기자였다.

하지만 겉으로 화려하게만 보이던 L기자가 보내온 편지에는 처참하리만큼 생활고에 찌든 일상이 적나라하게 담겨져 있어 읽어 내려가는 순간 가슴이 저며왔다.

디트news24는 지역언론계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간호에 L기자의 고해성사(?)를 게재키로 결정했다.

다음은 L기자가 보낸 편지 전문이다.


디트news24 편집자 귀하

저는 대전의 모 신문사에서 7년째 일선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L모기자입니다.

몇 달전부터 디트news24에서 보내주는 뉴스레터를 받아보며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역언론인들의 실상을 알림으로써 독자들의 편견을 없애고 죽어 가는 지역언론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띄웁니다.

94년 처음 신문사에 발을 들일 때만해도 대전지역 언론환경이 지금처럼 척박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월급도 받았고...
무엇보다 지역여론을 이끌어 가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활기차고 기쁨에 찬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정말 물·불 가리지 않고 일했지요.

그러나 몇 년후 IMF가 닥쳤고 나의 생활은 정말 최악의 바닥인생(?)으로 까지 떨어지게 됐습니다. 한 두달씩 밀리던 임금은 해를 넘겼고 결국 몇 년째 월급봉투 구경을 하지 못했습니다. 몇 년간을 무보수로 일한 셈이죠.

처음 한 두달은 현금서비스와 신용카드로 근근히 꾸려나갔지만 누적되는 카드 대금은 매달 스트레스로 되돌아왔죠. 염치없지만 늙은 부모에게 손도 벌려 보았고 주변 친·인척들에게 아쉬운 소리로 생활비를 조달했지만 한 두번도 아니고 누가 매달 돈을 대주겠습니까?

이 지경까지 이르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출입처에서 주는 촌지에 목을 매게 된 것이지요. 기자로서의 자존심과 사명감은 사라지고 촌지 두께에 따라 기사량과 뉴스밸류를 달리하는 전형적인 사이비 기자로 전락한 것입니다.

하지만 늘어가는 빚과 커가는 아이의 뒷바라지에는 임시방편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동네에서는 금실 좋기로 소문난 집에 부부 싸움하는 소리가 잦아졌고 아내의 볼멘소리가 듣기 싫어 밤늦게 까지 이곳저곳을 떠돌다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해 졌습니다.

참다못한 아내는 아이 유치원비를 마련해 보겠다며 한겨울에 신문배달을 시작했지요. 추운 겨울 새벽에 신문을 돌리러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볼때마다 저의 가슴은 찢겨져 나갔습니다.

한동안 신문배달을 하던 아내는 몇푼 더 벌어보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어느 날인가부터 우유배달까지 시작했습니다. 아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힘든 일이지요. 면목이 없는 저는 처음 몇 번 같이 배달을 다녔지만 혹시나 누가 볼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 며칠만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신문과 우유배달로 몇 달을 벌어온 돈은 상당 부분이 은행과 카드 빚 갚는데 사용돼 생활고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우리 부부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을 중단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로서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이런 비참한 생활이 몇 년 계속되는 동안 늘어난 것은 빚과 한숨, 짜증뿐이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다른 동료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하나 둘 씩 떠나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내심 사람이 줄면 월급 주겠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게 되더군요. 직장을 잘못 선택해 사이비기자와 몰염치한 인간으로 전락했다는 생각에 회사에 대한 분노를 삼킬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이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40대로 들어가는데 몇 년동안 짊어진 빚이 너무도 무겁습니다.

디트news24는 지역언론의 활성화와 건강성 회복을 내걸고 언론인, 시민 등이 모여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저와 같은 기자들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건전한 풍토를 조성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