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만에 닥친 사상 최악의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각 언론사들이 성금모금에 나서고 있으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사세과시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욱이 지역언론들은 한국신문협회에서 정한 성금 기탁자 보도 방침을 어긴 채 사진을 게재하거나 제목을 달아 지역인사나 기관·단체 등에 성금을 내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어 각종 부작용을 유발시키고 있다.

 지역언론들이 한국신문협회의 결정에 따라 가뭄극복을 위한 성금모금을 시작한 것은 지난 11일부터.

 대전일보, 중도일보, 대전매일 등 지역언론들은 일제히 11일자 ´가뭄극복에 힘을 모읍시다´라는 사고를 통해 ˝90년만의 가뭄으로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 고갈되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가뭄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도울 수 있도록 독자들의 온정을 담은 의연금품을 오는 23일까지 접수한다˝고 성금모금 개시를 알렸다.

 이들 지역언론들은 사고에서 ˝신문협회의 방침에 따라 사진게재 및 금일봉 접수는 일체 금지하고 기탁자 명단은 본문활자 크기로 게재키로 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중도일보는 전날 사고에서의 공언과는 달리 12일자 1면에 성금 기탁자를 게재하면서 홍선기 대전시장, 심대평 충남도지사, 홍성표 대전시교육감, 강복환 충남도교육감, 지역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 18명의 컬러사진을 버젓이 실어 독자들을 우롱했다.

 중도일보는 특히 13일자 1면 성금 기탁자 보도에서는 24명의 유명인사 컬러사진과 함께 ´자사에 성금기탁이 줄을 잇고 있다´는 낯뜨거운 사세과시용 홍보기사를 게재해 성금모금을 부추겼다.

 대전일보도 12일자 성금 기탁자 보도에는 신문협회의 방침에 따라 사진을 게재하지 않은 채 본문활자 크기로 명단을 실었으나 13일자부터 홍선기 대전시장, 심대평 충남도지사 등 7명의 유력 인사 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대전일보는 또한 13일자부터 명단 활자크기를 본문에서 4호 크기의 제목으로 처리해 독자와의 약속을 스스로 파기했다.

 지역 유력지 중에서는 대전매일만 11일자 사고 게재이후 계속적으로 신문협회의 방침대로 명단을 게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언론들의 사세과시를 위한 경쟁적인 성금모금 보도로 인해 지역사회에 각종 부작용을 유발시키고 있다.

 일부 기관·단체에서는 ´윗분´의 사진과 명단을 게재하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억지 성금을 내고 있으며 각 신문마다 사진이 실리게 하기 위해 성금을 나눠 내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또한 일부 기업 등에서는 지역 언론 어느 한곳을 선택해 낼 경우 다른 언론사의 ´보복´이 우려되고 나눠 내자니 액수가 얼마 되지 않아 아예 성금 기탁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순수한 마음에서 성금을 기탁하려 해도 언론사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성금기탁 자체를 백지화시켰다˝며 지역언론사들의 경쟁적인 성금보도에 대한 부작용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 신문들이 사고를 통해 사진게재나 제목을 달지 않겠다고 공언해 놓고 다음날부터 약속을 어긴 것은 수많은 독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부작용을 유발시키는 이 같은 사세과시용 성금모금 보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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