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병인 지역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으나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취재하는 일선 기자들 역시 출신지에 따른 지역편중이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현재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16개 중앙언론사 기자들의 출신지역을 본적에 따라 분류한 결과, 한나라당의 경우 출입기자 56명중 46%를 차지하는 26명이 영남출신인 것으로 나타났고 민주당은 84명(93명의 출입기자중 본적 확인자)의 기자중 38%인 32명이 호남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결과는 최근 일부 언론사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정치부 인사를 통해 전략적으로 기자들을 배치시킨 이후의 상황으로 언론사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으론 출신지역 안배에 따른 인사로 평가할 수 있다.
중앙언론사 정당 출입기자의 경우 출신대학에 따른 편중인사도 심각한 상황이다. 민주당 출입기자 93명중 서울대 출신이 36명, 연·고대 출신이 33명으로 각각 39%와 35%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출신대학이 확인된 55명의 기자중 서울대 출신이 26명, 연·고대 출신이 19명으로 각각 47%와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이들 3개 대학 출신이 양당 출입기자의 74%와 83%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방대 출신은 민주당 6%, 한나라당 5%에 그쳤다.
정치부 기자들의 출신지역에 따른 편중인사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에 대한 언론사의 입장은 ‘현실적 불가피론’과 ‘취재편의론’으로 대변된다.
현실적 불가피론은 “동향이 아니면 취재가 안된다” “지역정당의 특성상 핵심당직자들과 주요 취재원들이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어 이들을 밀착마크하기 위해선 지역안배가 불가피하다” “현실적 정치구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기자들의 지역편중 현상은 극복하기 어렵다” 등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취재편의론은 “동향출신 기자와 국회의원간 유대관계가 남달라 취재가 용이하다” “지역편중 인사가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권부의 상징인 청와대 출입기자들인데 취재가 어려운 곳일수록 지연이나 학연 등이 취재에 도움을 준다” 등의 반응으로 집약된다.
취재편의론은 “동향출신 기자와 국회의원 관계가 남달라 취재가 용이하다” “지역편중 인사가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권부의 상징인 청와대 출입기자들인데 취재가 어려운 곳일수록 지연이나 학연 등이 취재에 도움을 준다” 등의 반응으로 집약된다.
지역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선 아예 지역문제를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안부재론’도 제기된다. 한국일보 정치부의 한 중견기자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커지는 것이 지역감정이라 기자들의 지역편중 문제 역시 지역감정을 북돋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 기자는 “출신지역에 따른 기자들의 지역편중 문제는 극복해야 할 대상임에는 틀림없으나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입기자 출신인 한 신문사 고위간부는 “언론사부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나 현실적으로 쉬운 쪽을 선택해 기자 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지역편중 인사를 비판하는 언론사 스스로 출신지역에 따른 편중인사를 반복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대안부재론이나 불가피론 등의 변도 결국은 권언유착의 고리를 과감히 끊지 못하고 있는 언론계의 한계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치부장을 역임한 한 언론계 인사는 “언론사 정당출입기자들의 지역색 문제는 결국 정당이 지역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고언과 같은 맥락에서 다뤄야 한다”며 “지역정당으로 인한 폐해라며 정당의 정상화를 먼저 촉구하기 보다 언론사가 먼저 지역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부 기자들의 지역편중 문제는 결국 현실적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체념 때문에 못 고치는 측면과 함께 권력의 변화에 따라 이를 추종하는 언론사의 권언유착이나 논공행상식 인사에서 출발한다. 선거철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보도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한국 언론이 ‘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체념론을 극복하고 ‘이런 식의 인사는 문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지역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