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형사부, 박 시장 성명서 내용 오류 등 지적
박 시장 측 30일 대전고법에 상고장 제출..최종 판단 예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경귀 아산시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박 시장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사진은 박 시장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은 뒤 법정 밖으로 나오는 모습.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경귀 아산시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박 시장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사진은 박 시장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은 뒤 법정 밖으로 나오는 모습. 

[지상현 기자]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박경귀 아산시장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박 시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점을 유죄로 판단했을까.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대전고법 316호 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박 시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사정을 보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된다"며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정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방해했다"면서 "명백히 허위사실 공표임에도 원심부터 당심까지 책임을 부인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죄책을 무겁게 평가해야 한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6월 치러진 아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상대후보이자 전 아산시장인 오세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 부동산 허위 매각 의혹을 제기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박 후보는 기자로부터 오 전 시장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보받은 뒤 ‘오세현 후보 원룸 건물 허위 매각 의혹 짙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오 후보가 매도한 원룸 건물의 매수인의 성이 오 후보의 부인과 같고 부동산이 신탁사에 관리신탁 된 점 등과 함께 아산 풍기역지구도시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하며 허위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박 시장의 성명서는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오 전 시장 측은 지난 해 5월 24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박 시장을 고발하게 된다.

박 시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 과정에서도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의혹을 제기한 것이고 공표한 사실이 허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죄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명서를 통해 공표한 내용 자체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즉 성명서에는 오 후보가 매도한 건물이 관리신탁돼 있다고 돼 있지만, 사실은 담보신탁이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오 전 시장이 허위로 건물을 매각해 재산을 은닉했다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수긍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박 시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봤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이 미필적으로나마 오 전 시장이 이 사건 건물을 허위로 매각하고 재산을 은닉했다는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음에도 오 전 시장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비교적 상세히 박 시장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상대방 후보자의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점검하기 위해 의혹을 해명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를 통해 건전한 선거 문화를 위한 유권자들의 정당한 의견 교환 내지 설득의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그 필요성은 더욱 드러진다"고 밝혔다.

또 "경합을 벌이는 상대 후보자에 대해 공직후보자로서 공직 담당 적격을 검증한다는 미명 아래 근거가 박약한 의혹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상대 후보자는 이를 제대로 반박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수 있고 결국 유권자의 선택은 오도되고 말 것"이라며 "결국 이런 상황에서 선출된 대표를 유권자의 정당한 대표라고 할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특정 기자가 제보한 내용을 만연히 믿고 그 의혹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당시 피고인에게 자신이 배포한 허위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선거일로부터 불과 6일전에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만한 허위사실이 담긴 성명서를 기자들에게 전송하는 방식으로 공표했고 결국 기사화되기에 이르렀다"면서 "당시는 대립구도 상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선거 결과에서 득표율도 1.13%(1314표) 차이로 근소해 이번 범행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결코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과거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정당함을 극구 강변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항소심 판단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불복 의사를 밝힌 박 시장은 변호인을 통해 30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당선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돼 확정될 경우 그 직을 잃게 된다는 규정에 따라 박 시장은 이같은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시장직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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