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일 새벽부터 금강홍수통제소·행복청, 충북도 등에 사고 위험 공유
'지하차도 통제' 안 한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 1차 책임론 제기
미호천교 교량 신설에 따라 임시 제방 축조한 행복청도 관리 책임 부각
물밑에선 책임 떠넘기기 양상도...국무조정실, 정확한 사고 경위 등 진상 조사 착수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 관련 충북의 한 장례식장 모습. 시민 제공.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 관련 충북의 한 장례식장 모습. 시민 제공. 

[세종·충북=디트뉴스 이희택·황재돈 기자]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가 인쟤(人災)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책임 소재지로 지목된 충북도와 행복도시건설청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17일 충북도 및 행복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호강 제방 붕괴에 따른 지하차도 인명 피해는 사망자 13명, 부상자 9명에다 747번 버스 차량(사망자 5명) 등 모두 16대 침수로 확인되고 있다. 

전날 458명 인력과 65대 장비가 투입되고, 보트 인명 검색을 지속해 벌인 결과 사고 수습과 함께 배수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 사회에선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 관계 기관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적극 행정에 나서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건 당일 새벽부터 홍수경보가 발령됐고,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기 약 30~40분 전 다리 상판 아래까지 물이 가득 찼던 상황 때문이다. 금강홍수통제소가 흥덕구에 '심각 수위 도달'과 '교통 통제' 등의 필요성을 전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하차도 시설물을 이관하고 미호교 신설 공사에 따른 임시 제방을 관리해오던 행복청 역시 당일 새벽 이 같은 심각성을 충북도 등에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마을 주민들이 사고 발생 이전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던 사실도 전해지고 있어 책임 공방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충북도는 워낙 순식간에 물이 들이닥쳐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일행이 지난 16일 사고 현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도지사 일행이 지난 16일 사고 현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충북도 제공. 

그럼에도 전국 지자체가 홍수경보 상황에 따라 주요 도로를 통제했던 점을 감안할 때, 1차적 책임 소재지는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으로 향하고 있다. 

747번 버스가 다른 도로 통제에 따라 이곳을 임시로 경유했다는 사실도 안타까운 현실로 다가온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영환 지사가 (지하차도) 현장 방문 시 대용량 방사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수면이 낮아져 호스 이동 작업 중에 잠시 멈춘 것"이라며 "배수펌프 4개는 인근 미호천 제방 붕괴에 따른 다량의 범람수 유입으로 그 기능을 일시 상실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추가 설명도 내놨다. 

배수펌프는 지난 2019년 행복도시건설청으로부터 궁평 지하차도와 함께 이관받은 시설들로, 사건 당시 정상 가동됐다. 

오송 궁평 지하차도는 지난 2019년 오송~청주공항 연결 도로 상에서 완공과 함께 행복청에서 충북도로 이관됐다. 자료사진. 
오송 궁평 지하차도는 지난 2019년 오송~청주공항 연결 도로 상에서 완공과 함께 행복청에서 충북도로 이관됐다. 자료사진. 

이 과정에서 지난 2019년 궁평 지하차도 완공 승인 주체가 행복도시건설청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책임 소재지가 충북도를 넘어 행복청으로 확산되고 있다. 

행복청은 17일 오전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미호천교 임시 제방', '신축 미호천 교량 공사'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미호천교 임시 제방과 관련해선 "지난해 6월 우기 대비 임시 제방으로 구축·사용한 뒤 9월 철거했다가 올해도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재축조한 것"이라며 "지난 2021년 7월 오송~청주간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한 신설 (미호교) 교각 설치를 위해 기존 제방의 일부를 철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 제방을 그대로 둔 채, 미호천교를 건설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결국 이번 집중호우를 맞아 급조한 제방 시설이 아니란 뜻이다.

행복청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운영된 청주~오송 방향 신설 미호천교 대체 '임시 교통 가교' 모습. 미호천 신설 교량은 오는 8~9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자료사진. 
행복청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운영된 청주~오송 방향 신설 미호천교 대체 '임시 교통 가교' 모습. 미호천 신설 교량은 오는 8~9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자료사진. 

행복청은 "임시 제방은 설계빈도 100년의 계획 홍수위(28.78m)보다 0.96m 높게, 교량 하부까지 최대한으로 축조한 것"이라며 "사건 당일 유례없는 폭우로 월류(물넘기)가 우려돼 보강 작업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인력 6명을 투입해 중량 마대를 쌓는 방식으로 보강해왔고, 수위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추가로 굴삭기를 활용해 흙을 다지고 방수 효과를 위한 보양 천막을 덮는 등 제방 유실 방지 대책도 추진해왔다는 것.  

교량이 기존 제방보다 낮게 설계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도 내놨다. 

행복청은 "미호천교는 기존 교량 대비 최대 86.4cm 높게, 임시 제방 구간은 10cm 높게 설계했다"며 "기존 교량을 들어 올린 후 확장하는 설계를 적용하던 중 중대 결함이 발견돼 전면 철거 후 신설 공법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공기 연장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호천교(왕복 6차로)는 국도 36호선 내 오송~청주 2구간 도로 확장 공사 구간에 포함돼 오는 8~9월경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국무조정실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진상 파악을 위한 감사에 착수했다. 

충북도는 이날 오후 오송 지하차도 관련 브리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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