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형사부, 김 청장 오랜기간 재산신고 경험 비춰 유죄 판결
벌금 90만원 원심 파기하고 벌금 150만원 선고..김 청장, 대법원 상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김광신 중구청장. 항소심 재판부는 김 청장이 고위공직자로서 재산신고를 해 온 점에 주목했다. 사진은 김 청장이 올 해 초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뒤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지상현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김광신 중구청장. 항소심 재판부는 김 청장이 고위공직자로서 재산신고를 해 온 점에 주목했다. 사진은 김 청장이 올 해 초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뒤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지상현 기자

[지상현 기자]지난 해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재산을 허위로 신고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김광신 대전 중구청장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과 달리 재산 신고 누락을 계획적인 고의로 인정했다. 

무엇보다 김 청장이 오랜기간 고위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최소 15년 길게는 25년 가량 공직자 재산신고를 해 왔던 점이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 부장판사)는 지난 달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청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당선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 부장판사)는 김 청장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는데,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를 무엇일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김광신 청장, 1심 재판부는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 크지 않다

김 청장은 지난 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 후보자 재산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세종시 소재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과 중도금 등 2억원을 지급하고 지인에게 7000만원 가량을 빌렸음에도 고의로 재산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청장은 1심 공판 과정에서 "객관적인 사실 관계는 인정하지만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고의가 없었고 당선을 위해 허위로 재산을 신고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같은 김 청장의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후보자등록을 마치기 전에 면밀히 검토했어야 할 뿐 아니라 후보자등록을 마친 이후라도 신속히 허위사실을 바로 잡아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이를 간과했으므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심지어 당내 선거관계자에게 재산신고를 일임했을 뿐 자신은 선거운동에 진력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김 청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허위사실 공표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며 "허위사실 공표의 내용과 피고인과 경쟁후보자 사이의 실제 득표 차이 등 선거결과와 전후 정황에 비춰보면 이 사건 범행이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두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피고인에게 당선이 무효될 정도의 잘못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청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당선무효감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 청장 오랜기간 고위 공무원을 지내면서 재산신고를 해 왔던 부분에 주목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 청장은 1984년 기술고등도시에 합격해 공무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 2018년까지 25년 동안 공직자 재산신고를 해 왔다. 다만 김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는 2002년께부터 공직자 재산신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 오랜 기간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한 점 등 감안 고의 범행 인정

즉 최소 15년 이상 고위 공직자로서 재산신고를 해 왔다는 것인데 항소심 재판부는 △오랜기간 재산신고를 하면서 재산신고서 기재요령이나 유의사항에 대한 지식이 있었고 △공무원 재직 중 세종시 농지를 매수한 데 이어 아파트 분양권 전매해 수억원 차익 얻은 점 △2013년 이어 2022에 또 다시 세종시 농지 매수 논란의 여지가 컸던 점 등을 증거로 꼽았다.

특히 문제가 된 토지를 당선 직후 급히 매도해 2022년 7월 1일 기준 공직자 재산신고에 이 사건 토지가 드러나지 않게 한 점과 선거기간 동안 상대 후보 측에서 부동산 투기나 농지 자경 문제 등을 집중 공격할 당시 정면 대응보다는 회피하거나 은폐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고의로 재산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세종시에 있는 농지와 임야를 매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부동한 투기 의혹 등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사항을 재산신고서에 배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확정적 고의 아래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의 부동산 투기 여부에 대한 선거권자의 검증 기회를 박탈한 것이어서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대전시 중구의 모든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다 그 상대방이 광범위하며 허위사실 공표 정도가 약하다고 할 수 없고 선거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면서 "범행 과정에서 피고인이 선거권자에게 보인 태도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는 국민을 주권자로 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공직을 담당하고자 하는 사람의 책임있는 자세와 거리가 멀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원심에서 관대한 형을 선고받은 이후에 당심에 이르러서는 피고인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는 했으나 이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보인 무책임한 태도를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김 청장은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고법 제1형사부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대법원에서 마지막 판단을 받아 보게 됐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유지될 경우 김 청장은 구청장직을 잃게 된다.

대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10월께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구지역 정가에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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