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용인에 300조 투자...수도권 과밀해소·균형발전에 찬물
수도권 쏠림 ‘충남의 위기론’...삼성 투자 기대했던 대전도 ‘머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재중 기자] 삼성이 경기도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약 300조 원대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역 균형발전 논란이 불붙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15개 신규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했지만 경기도 용인의 710만㎡(210만평) 규모 시스템 반도체 단지 실행계획만 부각되고 있기 때문.

삼성의 투자계획은 경기도 일대를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는 윤석열 정부 구상과 맞닿아 있다. 이 같은 집중투자는 반도체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발전 관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기도 하다.

당장 충청권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반도체 벨트가 강화되면 천안과 아산 등 충남 북부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충남 천안의 경우, 수도권 규제완화가 본격화된 2011년 이후 수도권 기업유치 실적이 확연히 줄어든 상황에서, 또 다른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천안에 지역구를 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정부의 국가산단 발표에서 주인공은 수도권(용인)”이라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대전의 경우도 반도체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천안지역) 기업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수도권의 반발을 의식한 듯 삼성은 수도권 투자와 병행해 전국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약 60조 원대 투자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아산 사업장의 연구역량 강화와 시설투자, 경북 구미사업장의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 광주사업장의 스마트 가전 등을 집중 육성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삼성에스디아이는 천안, 삼성전기는 세종·부산 등의 생산시설 확대를 예고했다.

삼성의 비수도권 투자계획은 신규 산업단지에 대한 생산시설 신설보다는 기존 사업장 중심의 투자 확대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15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5개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국토교통부 제공.
지난 15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5개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국토교통부 제공.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상과 삼성의 300조 원 투자계획이 충남에 ‘수도권 쏠림’이라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듯, 대전 역시 불편한 상황에 직면했다. 대전 서남부권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으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삼성이 수도권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머쓱한 입장이 됐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 당일인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핵심 고위관계자를 만났다”며 “삼성전자에 공장을 건립할 산업용지 330만㎡ 제공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삼성이 공개한 360조 원대 투자계획에서 대전은 거론되지 않았다.

충청권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산업 수도권 집중화 전략을 구상하는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치밀한 준비 또한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상일 용인시장은 취임 초부터 ‘반도체’에 방점을 찍고 관련 조례와 조직을 신설하고 삼성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용인 국가산단 지정과 관련해 “그 동안 극비로 물밑 작업을 했다”며 치밀한 준비과정이 있었음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전과 충남이 대기업 유치를 위해 수도권과 경쟁하는 모습이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규모 제조공장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차별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천안·아산의 경우 기존 산업인프라와 연계 가능성이 높고 반도체 후공정에 대한 강점도 있어 신규 국가산단 안착 가능성이 높지만, 대전은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엿보이지 않는다”며 “토지이용 측면에서도 호남고속도로 관통에 따른 제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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