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발전론 VS 경쟁력 강화론 ‘충돌’...충남 ‘실익 챙겼다’
산업도시 전환 노리는 대전, 아직은 ‘조용한 연구도시’ 진행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진행 된 4조 1000억 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충남을 미래 신산업 거점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황재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진행 된 4조 1000억 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충남을 미래 신산업 거점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황재돈 기자.

[김재중 · 황재돈 기자] “6대 첨단산업에 550조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첨단산업 육성전략이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 간략히 표현하면 ‘삼성이 첨병으로 나선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달 15일 경기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반도체 분야 300조 원 투자계획을 밝혔고, 어제(4일) 충남 아산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4조 1000억 원대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550조원 민간투자 중, 삼성이 제시한 투자금액만 304조 원을 넘어섰다. 앞서 삼성이 비수도권에 60조원대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삼성은 윤 정부 첨단산업 육성전략의 65% 이상 ‘독보적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첨단산업 육성전략’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투자 규모로 볼 때 지나치게 수도권에 편중된 점이 뒷말을 낳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 관점에서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물론 ‘삼성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쪽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균형 발전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상충되는 관점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무게추는 후자 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이다. 균형발전을 외치며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해 왔던 비수도권의 목소리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비수도권끼리의 이해관계도 사뭇 엇갈린다. 이미 ‘수도권화’ 된 것으로 평가받는 충남 북부지역 천안·아산의 경우, 삼성의 비수도권 투자 1순위 지역으로 지목되며 괄목할 만한 투자유치 성과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4조 1000억 원 규모 신규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충남을 미래 신산업 핵심 거점으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OLED 투자를 포함한 이차전지, 차세대 패키징 분야를 중심으로 천안과 아산 지역에 향후 약 52조 원의 신규 민간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충남은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56조 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내는 ‘비수도권 최대 수혜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현장에서 “반도체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에 충남이 최선을 다해 힘을 모으겠다”고 화답했다. 이튿날(5일)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암묵적 찬성표를 던진 것이냐”는 <디트뉴스> 질문에 “무 자르듯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손사래 쳤다.

김 지사는 “반도체 산업 하한선은 경기도 동탄이다. 인재들이 그 이하로는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며 “충남은 수도권에 근접한 만큼,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과 수도권에만 치중할 수 없는 정부의 고민을 녹여내 56조 원 투자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형제라도, 물류비용 비싸고 사람 고용도 어려운데 투자하라고 하면 하겠느냐”며 “상대를 정확히 알고 어떻게 유인하고 호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균형 발전론’과 ‘경쟁력 강화론’의 상충 속에서 적절한 전략을 짜서 실리만큼은 충분히 챙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 첨단산업 육성전략의 수혜가 ‘충남 북부라인’까지 이어졌지만, 다른 비수도권 지역의 고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대전의 답답함이 커졌다. 대전은 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지정한 15개 국가산업단지 중에서 경기 용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530만㎡ 산업단지를 확보했다. 나노·반도체, 우주항공 분야 육성전략을 세우고 삼성에 구애까지 했지만, 삼성은 비수도권에서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사업장 투자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공약 등으로 우주항공청 입지를 경남 사천으로 못 박은 바 있고, 우주발사체 관련 산업도 전남 고흥에 집결시킬 계획이다. 결국 대전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나노·반도체, 우주항공 분야의 연구개발 기능뿐이다. 민선 8기 들어 산업도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조용한 연구도시’로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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