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용 보도자료 하나 못낸 한국당
생색용 보도자료 하나 못낸 한국당
  • 류재민 기자
  • 승인 2019.12.1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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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의 정치레이더101] ‘4+1협의체’ 공격에 소리만 지를 건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그 흔한 보도자료 하나 못 냈다.” 아마도 그들은 ‘설마’ 싶었을 겁니다. 그래도 제1야당인데, 자기들만 쏙 빼놓고 500조가 넘는 ‘초(超) 슈퍼 울트라 예산안’을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있으랴, 했을 겁니다. 그러나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뺀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한국당은 무기력 했습니다. 그저 할 수 있던 건 피켓 들고 소리 지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민주당은 왜 ‘제1야당 패싱’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을까요? 또 한국당은 제1야당임에도 왜 “날치기 처리”를 못 막았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치에는 ‘협상’과 ‘합의’가 필요한데요.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는 이 모두가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지도부 전략부재에 ‘덧셈의 정치’도 못해
한국당, ‘특단의 대책’ 없으면 또 당해

민주당은 한국당이 예산안 심의 보이콧과 199개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걸면서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는 주장이고요. 한국당은 민주당이 2중대, 3중대 위성정당과 ‘좌파독재’ 정권을 만들려고 한다고 맞섰습니다.

‘합의’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한국당은 새 원내대표를 선출(9일)한 다음 협상의 기미를 보였는데요. 그래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만나 ‘1차 합의’는 했습니다. 문제는 한국당 의원총회가 추인하지 않으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겁니다. 신임 원내사령탑 리더십이 하루 만에 도마에 오른 순간입니다.

여기서 잠깐, 6개월 전 나경원 원내대표 시절을 복기하겠습니다. 한국당은 지난 6월에도 교섭단체 3당이 만든 국회 정상화 합의를 어겼습니다.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 처리를 담은 합의문에 서명한 뒤 의총에 들어갔는데요. 이때도 의원들 추인을 못 받았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고, 불신임 요구까지 받았습니다. 협상력이 부족한 ‘반장’을 뽑은 건 다름 아닌 자당 의원들입니다.

“세금 도둑” 비난했다 역풍만..여론 지지도 못 얻어
끝나지 않은 ‘공조 쓰나미’, 패트 몰아치기 ‘예고’
‘60 내줘도 40 챙기는’ 협상과 합의로 돌파구 찾아야

게다가 한국당은 제1야당이면서 나머지 소수 야당을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한국당은 과거 집권 여당일 때나 정권을 뺐긴 지금이나 협상의 대상은 오로지 민주당뿐이었습니다. 소수 야당은 무시하고 넘어가기 일쑤였죠.

반면 민주당은 제1야당일 때나 집권 여당이 되어서도 소수 야당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덧셈의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소수 야당을 달래며 ‘공조 블록’을 쌓았습니다. 소수 야당도 ‘선거제 개혁’이란 대의에 합의하고 단일대오로 뭉쳤는데요. 그 첫 결과물이 ‘슈퍼 예산안’ 통과인 겁니다.

한국당은 이들을 향해 “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하며 지난 11일부터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는데요. 여론의 절대적 지지는 얻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고민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의원은 예산안이 처리되자마자 지역구 국비 확보 보도자료를 뿌렸다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또 한국당 정책위의장이자 예결위원장은 정부안에 비해 지역구 예산을 90억원 넘게 늘린 게 알려져 ‘실세 논란’을 불렀지요.

민주당 의원들은 예산안이 통과 되자마자 지역구 예산 확보 내역을 담은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신이 났습니다. ‘생색용’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그조차 못한 한국당 의원들 속은 얼마나 아리고 쓰렸겠습니까. 내년 총선에 또 출마하려면 “지역 발전을 위해 거액의 국비를 따왔다”고 자랑해야 표(票)관리가 되는 건데 말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입니다. 패스트트랙, 다시 말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에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남았으니까요. 이때도 한국당이 ‘전(前)과 동(同)’ 전략을 구사한다면, 총선 뒤 의원회관에서 방 뺄 의원들 숫자만 늘릴 뿐입니다.

사실, 남아있는 무기는 별로 없습니다. ‘삭발’과 ‘단식’ 카드도 일찌감치 써 버렸으니까요. 그러니 별수 없이 또 장외로 나간다고 합니다. 감동도, 실익도 없이 미세먼지만 심한 장외보다, 국회에서 명분 있게 투쟁하길 바랍니다. ‘60은 내줘도 40은 챙긴다’는 자세로 ‘협상’해야 합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천금 같은 국비를 따내고도 보도자료 한줄 못 낸 의원들이 얼마나 딱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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