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75]행정력‧정치력 겸비한 리더십, 1년은 부족했나

양승조 충남지사(왼쪽)와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왼쪽)와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와 허태정. 충남도와 대전시 수장이며, 여권에서 충청을 대표할 차세대 리더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 주자로 불리는 ‘잠룡’ 그룹에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선 광역단체장이란 점에서 성급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양 지사는 행정 경험이 없고, 허 시장은 현실 정치 경험이 적다는 이유도 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양 지사는 4선 국회의원에 상임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 출신입니다. 또 허 시장은 재선 구청장을 지냈습니다. 허 시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도 활동했습니다. 두 사람의 이런 정치 이력을 보면 ‘초선’이나 ‘성급하다’는 말은 왠지 낯설어 보입니다.

물론, 행정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법이 아닙니다. 조직 관리에 철저하고, 도덕성 등 자기관리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지혜를 얻고, 거기서 얻은 지혜로 시정과 도정을 펴야 합니다.

그런 노력 없이는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수 없고, 민심은 이반할 것이며, 재선을 해도 잠룡 축에 들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양 지사와 허 시장이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행정력에 몇 점을 줄 수 있습니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매달 전국 17개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를 발표하는데요. 양 지사는 5월 평가에서 10등, 허 시장은 15등 했습니다. 양 지사는 도지사 부문에서 47.2%였는데, 전국 평균은 51.0%입니다. 허 시장 역시 시장 부문에서 42.2%로, 평균(45.9%)에 못 미쳤습니다.

양 지사는 전 달 보다 3계단 올랐다는데요. 현충일 민주당 관계자들과 가졌던 ‘폭탄주 술자리’가 다음 달 평가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로만 두 사람의 행정력을 판단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인구 212만명(충남)과 148만명(대전)의 대표가 하위권 성적표를 받는 것에 기분 좋을 지역민은 없을 겁니다.

리얼미터가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와 함께 발표한 전국 시·도 주민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전라남도가 62.9%로 1위를 했는데요.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 1위도 김영록 전남지사입니다. 단체장이 일을 잘하면,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살맛나는 건 당연하겠지요. 도지사 1위를 한 김영록 지사나 시장 부문 1위를 한 이용섭 광주시장 모두 정치인 출신이고, 초선입니다.

양 지사와 허 시장이 지난 1년 동안 기를 쓰고 매달린 것 중 하나가 ‘혁신도시’ 지정입니다. 대전·충남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이유로 혁신도시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두 지역은 정치권과 공조해 혁신도시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물은 없습니다. 오히려 충북의 강호축 건설 등 정부 지원 방안이 탄력을 받으면서 혁신도시 지정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는 분위기입니다.

‘충청권’이라는 한 덩어리이지만, 세종과 충북에 밀려 지역발전이 더뎌진다면, 주민 만족도 역시 낮아질 겁니다. 내적으로도 지역 내 민감한 현안에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면, 그 역시 지역민 갈등을 불러오고, 리더십은 바닥을 칠겁니다. 대전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LNG발전소 유치 문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허 시장은 어제(13일) 서구 기성종합복지관에서 주민들과 만나 “열린 자세로 주민 의견을 경청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결정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 달라. 여러분과 함께 이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것을 인정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허 시장 약속대로 주민들이 이 문제에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되길 바랍니다. 양 지사 역시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공주보 해체 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도지사로서 역량을 가늠할만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 정치권이 ‘리더십 부재’라는 딜레마에 빠졌는데요. 행정에서도 ‘리더 다운 리더’가 없다면, 그들에 시‧도정을 믿고 맡긴 지역민들의 상실감은 더 클 겁니다. 양 지사와 허 시장이 이완구와 안희정 이후 ‘충청대망론’을 쓰겠다면, 지금 이 ‘난국’이 기회입니다.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낸 지도자만이 ‘잠룡’도 되고, ‘용’도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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