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근로자 직접 작성한 '위험요인발굴서' 유족에 공개
방염복 오염, 냉각시스템 미작동, 감속기 파손 등 130여 건

이명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왼쪽)이 22일 저녁 한화 대전공장 사고 유족을 찾아 '위험요인 발굴서'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고로 숨진 3명 등 생산직 직원들이 작업 중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회사에 알렸으나 이에 대한 개선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화측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명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이 22일 저녁 한화 대전공장 사고 유가족에게 제시한 '위험요인 발굴서' 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현장 근로자들이 작업중 위험요인에 대해 130여 건 이상 회사측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요인발굴서는 한화 노동자들이 모든 공정 작업을 하다 발생한 문제점과 위험요인에 대해 작업자가 어떻게 대처했고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3문항(본인이 발굴한 잠재 위협-작업자의 대처-작업자의 개선요청 등)으로 기록해 놓은 작업 보고서로 지난해 5월 발생한 폭발 사고 이후 안전대책 중 하나로 시행됐다.

본보가 입수한 위험요인 발굴서 일부 내용을 보면 지난 1월 3일 "천무 경화 종료 후 쿨링시 냉각시스템이 비가동되는 경우가 있음. 충분히 냉각되지 않을 시 이형중 모타들림 현상 발생가능(마찰력 증대)", 1월 16일 "방염복을 착용하고 작업 중인데 추진체가 묻는 경우가 발생해 오염이 발생하고, 방염복 착용으로 오염 및 땀에 젖어 세탁이 어려우므로 건강이 우려된다"는 등의 보고가 이뤄졌다. 근로자들이 작업 중 안전과 보건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유족들은 “방염복 오염, 냉각시스템 미작동, 감속기 파손 등 위험한 작업환경 속에서 개선을 요청한 우리 아들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1차 가해자는 대전노동청”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유가족 대표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의 중간 조사 결과가 보도된 기사 등을 언급하며 “왜 유가족들이 사고 후 감독결과나 진행상황을 정부 관련기관에게 직접 듣지 못하고 매번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하냐”며 “고용노동청은 더 이상 우리를 홀대하지 말고 제 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언론에 사과 보도를 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우리 아들들이 왜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커멓게 탄 채로 냉동고에 있다”며 “노동청이 그동안 우리를 홀대하고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만나주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분신이라도 해야 관련기관 등이 유가족을 제대로 상대해주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어 “재발방지 한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관련자 처벌과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 제 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대전고용노동청장 등과 함께 한화 대전사업장 폭발사고 및 현대제철 당진공장 컨베이어 벨트 사고에 대한 긴급 현안 회의를 열고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사업장 내 모든 잠재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특히 한화 대전사업장은 지난해 폭발 사고 이후 특별감독 등을 실시했음에도 올해 유사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며 “피해자 유족·동료 노동자들에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애도했다.

이 장관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대회의실에서 ‘주요 기관장 및 산재예방지도과장 긴급회의’를 열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법률 시행 전이라도 원청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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