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학생 교복비만 7억원 편성...일반 학생 몫은 없어
시의회, "시행한다면 빨리 해결하라"..교육청, "내년 추경에 반영"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내년부터 중고교 신입생들에게 무상교복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내년도 예산에는 반영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설 교육감과 허 시장이 지난 달 23일 교육행정협의회를 갖는 모습.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내년부터 중고교 신입생들에게 무상교복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내년도 예산에는 반영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설 교육감과 허 시장이 지난 달 23일 교육행정협의회를 갖는 모습.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의 공약인 중고등학교 신입생 무상교복과 관련한 예산이 내년 예산에 한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전교육청은 지난 9일 내년도 2조 1279억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예산 편성을 앞두고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지난 달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부터 고교까지 전면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며 중고등생 신입생 교복 지원도 대전시와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무상급식은 물론 중고교 신입생 무상교복비 지원의 정상적인 추진을 예고했다.

이후 지난 달 8일에는 설 교육감이 허태정 대전시장과 만나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 및 무상교복 지원 등을 합의했으며, 같은 달 23일에는 교육행정협의회를 통해 이같은 합의 내용이 예산에 반영되는 듯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구나 내년 1학기부터 중고교 신입생들의 교복비가 지원되는 것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이달 초 대전시의회로 건너 온 내년도 예산안에는 설 교육감이 예고했던 무상교복에 대한 예산은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고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다며 유·초·중·고등학생 대상 전체 무상급식비 지원에 전년대비 297억원이 증액된 1237억원과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육비 1174억원만 포함됐을 뿐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전교육청은 내년도 본 예산안에 저소득층 자녀 교복비 지원을 위한 예산만 편성했다. 저소득층 자녀 교복비 지원은 올해도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내년에는 단가 인상을 이유로 예산이 6900만원 증액된 6억 6900만원이 편성됐다. 반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학생들을 위한 교복비 지원 예산은 어디에도 없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인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의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우애자 의원은 "교육감과 시장이 내년부터 무상교복을 지원해 준다고 해 놓고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교복비 지원 예산만 편성했다"며 "저소득층 자녀들만 교복비를 지원받으면 일반학생들과 표시가 날 수밖에 없어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광열 대전시의회 교육수석전문위원도 내년도 교육청 예산과 관련한 검토보고에서 "무상교복 사업과 관련해 인근 충남과 세종의 경우 이미 관련 조례를 제정 또는 개정하고 교복지급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 반면, 대전은 내년도 무상교복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며 지적한 뒤 "신학기 이전에 무상교복 사업 추진 방향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내부 방침을 조속히 결정해 학생들에게 차질없는 교복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대전교육청은 교육행정협의회가 늦게 진행되다보니 시간이 촉박해 미처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을 편성할 때만해도)교육감과 시장간 협의가 안됐고 교육행정협의회가 늦게 결정되면서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내년도 5월께로 예상되는 1차 추경에 반영해 소급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교육청의 입장은 궁색한 변명일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달 8일 설 교육감과 허 시장이 합의했던 상황에서 이달 초 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따라서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예산안에 포함시킬 수 있었지만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는 내년 신학기를 앞두고 신입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조차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 교복비 지원을 현금으로 할지 아니면 현물로 지원할지를 두고 학부모와 학교, 교복업체들간 이견을 보이며 일정 기간 진통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내년도 중고교 신입생은 대략 2만 7천명(중 1만 3500명, 고 1만 3900명) 가량으로 교복비를 30만원씩 지원할 경우 84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교육청과 대전시가 50대 50으로 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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