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성폭행 다음날 인권조례 '재의요구'
미투동참 당부 후 가해자로 전락
잠적후 입장 발표 예정했던 날은 '세계여성의 날'

사진은 'jtbc 뉴스룸' 갈무리
사진은 'jtbc 뉴스룸' 갈무리

오늘(8일) 오후 3시 입장 발표를 앞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기막힌(?) 타이밍이 새삼 화제다.

# 2월 25일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김지은씨는 “(지사가) 최근에 저를 밤에 불러 미투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미투에 대해서 불안한 기색을 보였는데..‘미투를 보면서 너한테 상처가 되는 것을 알았다. 그때 괜찮았냐’라고 얘기를 해서 오늘은 안그러겠구나 했는데 결국은 그날도 또 그렇게 하시더라구요. 2월 25일입니다”.


# 2월 26일
전날 밤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안 전 지사는 다음날 아침 충남인권조례 ‘재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인권은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 받을 수 없다. 양도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인류의 숭고한 가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월 5일 오전
이날 안 전 지사는  충남도청 전 직원이 참석한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 중심의 권력질서 속에서 살아 왔다.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정의했다. 또  “지난 3년간 충남도는 인권도정이라는 관점에서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유린을 막아내는 일에 노력해 왔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사회 모두가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3월 5일 오후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의 상습적인 성폭력을 폭로, 순식간에 안 전 지사는 미투 운동의 동참자에서 ‘가해자’로 추락했다. 앞뒤가 다른 안 전 지사에게 ‘이중성’ ‘야누스의 얼굴’ ‘인면수심’ 등의 폭탄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3월 8일(오늘)

안 전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도지사 사퇴와 정치활동 중단 의사를 밝히고 3일 동안 잠적했다. '하루라도 빨리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조사에 임하라'는 비난에 다시 한번 직면, 8일 오후 3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회견 2시간 전에 이를 돌연 취소했다. 

8일이 '세계여성의 날' 이었던게 부담이었을까. 또는 앞서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의회 소속 여성들의 "언론 앞에서 쇼하는 기자회견이 먼저가 아니라 피해여성에게 직접 사과가 먼저다"라는 주장에 귀를 기울였는지도 모른다.

현재 충남도청은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을 기다리다 취소 소식에 일명 '멘붕'에 빠진 기자들과 공무원들이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 언론의 한 기자는 "참, 누가 이렇게 각본을 쓰기도 어렵겠다. 반전에 반전은 물론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고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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