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여섯번째 이야기] 희비 엇갈린 충청권 ‘용산 참모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충남 천안중앙시장을 방문해 신범철 천안갑 예비후보와 정황근 천안을 예비후보를 비롯해 지역 예비후보들과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충남 천안중앙시장을 방문해 신범철 천안갑 예비후보와 정황근 천안을 예비후보를 비롯해 지역 예비후보들과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4·10총선을 1년여 앞두고 있었을 즈음, 대통령실 기자실 내에서는 ‘용산 50명 출마설’이 돌았다. 장·차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참모진을 대거 특정 지역에 ‘꽂을’ 거란 설(說)이었다. 

풍문은 삽시간에 대통령실 바깥까지 번져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흔들기”라고 일축했다. 

설은 설일 뿐이었을까. 참모진이 대거 출마하긴 했지만, 꽂히진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잠시 ‘공천 트러블’을 빚긴 했지만, 불난 서천 특화시장에서 ‘절친 노트’를 찍으면서 일단락됐다. 어쩌면 그 장면이 국민의힘 공천의 하이라이트였을지도 모르겠다. 

충청권에서도 윤 정부 장·차관 출신이나 참모진이 여러 명 출사표를 던졌다. 전략공천보다 경선이 많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충남 천안을에서는 정황근 전 농림식품부 장관이 검찰 출신 이정만 전 당협위원장에게 경선에서 졌다. 천안병에서 배지를 노렸던 신진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이창수 전 당협위원장에게 밀렸다.

세종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도 패배했다. 최지우(충북 제천·단양)·이동석(충북 충주) 전 행정관도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보은·옥천·영동·괴산)은 컷오프됐다. 

사실상 충청권에서 ‘찐윤’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둘 다 본선에는 무혈입성했다. 신 전 차관은 단수 공천을 받았고, 강 전 수석도 홍문표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며 양지인 충남 홍성·예산 단수 공천을 받았다. 

용산 참모들이 예상과 달리 고전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 무엇보다 지역에 내려가는 시점이 늦었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 신인이면서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지역에 내려가 어떻게 지역 기반을 다질 수 있을까. 더구나 지역구 시도의원(지방의원)은 지방선거 때 현역이든 원외든 당협위원장으로부터 공천받은 ‘심복’이거늘. 

현역 의원이 떡 버티고 있는 양지에 여러 명이 도전하면서 현역 의원과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해석도 있다. 현역 의원이 대부분 재공천을 받은 충북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참모진을 따로 불러 비공개 오찬을 한 적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뼈를 묻을 각오보다 ‘대통령 빽’만 믿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찐윤’이 갈 길은 아직 멀다. 그들이 가는 길이 꽃길인지, 뼈를 묻을 지옥 길인지는 선거가 끝나야 비로소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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