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한번째 이야기] '꽃가마' 영입 인재들에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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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의정부갑)은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을 정확히 1년 앞둔 날이었다. 

그는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어 상대를 악마화하는, 국민들께서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초선 국회의원이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폐부로 느낀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변화와 혁신을 말로만 하면서, 한 번 더 해 먹겠다는 몰염치한 기득권 정치와 정치인을 향한 날 선 비판이자 정곡을 찌른 울림처럼 들렸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공천 못 받을 것 같아서’라는 의심에서도 자유로웠다. 

그의 불출마는 비단 현실 정치에 대한 염증과 셀프 한계만은 아니었으리라. 그는 불출마 회견에서 남은 임기 1년을 마친 뒤, 다시 소방관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그래, 그는 전직 소방관이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5호로 민주당에 입당했다. 현장 경험을 살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여의도 정치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10년 현장 경험은 불과 4년이 채 안 되는 정치의 시간에 전소된 듯하다.

그는 정치를 멈추는 배경에 현장에서 숨져간 동료 소방관들의 ‘희생’을 꼽았다. 2022년 1월 소방관 셋이 순직한 냉동창고 화재, 이듬해 3월 20대 소방관 순직을 언급하며. “더 이상 버텨낼 여력 없는 한계를 느꼈다”고도 고백했다. 지켜주지 못함에 미안해하며.

그의 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소방관 순직은 계속됐다. 가깝게는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 한 공장에서 난 불을 끄던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두 순직 소방관을 언급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직자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가 반드시 지켜드리겠다”고 했다. 재난 안전 현장을 지키는 이들 처우를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내내 요원한 실정이다. 오 의원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 곁에서, 그들과 함께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고. 배지를 달고 있을 때 못했던.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인재 영입 경쟁에 한창이다. 전직 장관, 기업인, 언론인부터 ‘그알’ 교수, ‘EBS 김태희’, ‘사격 황제’까지, ‘전문가’라고 포장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그들은 과연 어떤 ‘의원’이 될까. 기득권 정치인들 들러리나 서지 않을까, 그래서 ‘버텨낼 여력 없는 한계’에 두 손 두 발 들진 않을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영입 인재’ 꽃가마를 타고 정치란 세계에 들어온 이상, 뜨거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어 국민을 지키고 구하겠다는 결기를 보여 주시라. 영입 인재로서 쓸모를 증명하시라. 훗날 친정에 돌아가더라도 부끄럽지 않도록. 전직 소방관 오영환 의원처럼. 총선이 딱 두 달 남았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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