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갑작스레 호수·중앙공원 용역 노동자 계약 해지 통보
관련 사업 예산 20억 원 삭감, 시설공단 신규 32명 채용이 표면적 사유
채용 당일 설명 보도자료 배포...청소 노동자 외 관리·영선직, 6개월 연장안 제시
노동자 반발, 정의당 가세...조소연 공단 이사장, 19일 기자회견 자청해 입장 발표
14일 보도자료 설명 되풀이, 보완 자료 제출 약속...시의회는 관망만, 사회적 합의 난항

지난 19일 기자회견에 나선 용역 노동자들. 이희택 기자. 
지난 19일 기자회견에 나선 용역 노동자들. 이희택 기자.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세종시의 '호수·중앙공원 용역 노동자' 계약 해지 파장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진원지인 위탁기관 '세종시'는 뒤로 빠진 채, 2024년부터 공원 관리를 맡게될 '시설관리공단'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대응 없이 방관하는 모양새인 세종시의회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논란이 수면 위에 올라온 시점은 지난 1일 세종시설관리공단을 통한 '계약 해지' 통보에서 비롯한다. 

이 과정에서 시가 관련 예산 20억 원을 삭감한 채 시의회 안건에 상정하고, 공단은 지난 10월 27일 '제3회 직원 공개 채용' 공고를 통해 32명의 신규 직원을 지난 14일 최종 채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사실상 계약 해지 수순을 물밑에서 밟아오면서도, 수년간 이 업무를 수행해온 용역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미래는 염두에 두지 않은 모습이 지역사회의 눈총을 맞고 있다. 

시는 지난 6월 8일 회의에서 '고용 승계'를 약속한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용역 노동자들은 상반된 의견으로 맞서고 있다.  

성난 용역 노동자들이 시청 앞 거리 투쟁에 나선 데 이어, 정의당이 지난 11일 비판 성명으로 연대 의지를 표명하고 나서야 '6개월 연장안'을 타협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은 신규 직원 32명 최종 채용 당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했다. 신규 채용 32명 중 공원관리 인원은 12명이란 설명과 함께 기존 청소 근로자 14명에 한해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시가 위탁한 용역업체 소속의 관리·영선(수리) 분야 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인 고용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합리한 과잉 예산 지출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시기가 동절기이고 이직 활동 및 생계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최대 5~6개월의 근로 연장안을 시사했다. 

수탁기관인 공단이 이 같은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조소연 시설관리공단이사장이 지난 19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으나 진전된 얘기는 없었다. 이 같은 의사결정을 한 세종시 본청 관계자들의 책임있는 설명도 뒤따르지 않았다. 

▲예산 20억 원이 삭감된 이유 ▲신규 32명 채용과 예산 삭감 상황에 대한 사전 설명 부재 배경 ▲호수·중앙공원 용역 노동자 현황과 현재 및 미래 고용 계획 ▲지난 6월 고용승계 약속의 진위 등에 대한 세부 자료 및 설명 없이 지난 14일 보도자료 그대로를 회견안으로 내놓는 데 그쳤다. 

조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보완 자료 제출을 약속하며 준비 부족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세종시 예산계 역시 이에 대한 설명을 준비 중이다. 

회견장에 동석한 호수공원 노동자들은 오후 3시 연이은 회견으로 맞불을 놨다. '용역 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른 고용승계' 약속 이행과 함께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2023년 12월 초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았고, 호수공원 예산이 삭감돼 어쩔 수 없는 결정이란 답변을 받았다. 예산을 삭감했다는데, 신규 32명 직원은 어떻게 채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들 채용을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킨 것인가. 시는 사업이 이관됐으나 소관이 아니라고 공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타협안으로 제시된) 6개월 고용 연장안 역시 좀 더 따뜻한 여름에 알아서 나가라는 뜻인가"라며 "직접 고용도, 임근 인상 요구도 아니다. 일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전부다. 고용이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세종시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 처리와 시설공단으로 떠넘기기식 책임 회피가 어느 시점까지 지속될지 주목된다. 

바통을 받은 시설공단이 향후 언론에 배포할 보완 자료가 사회적 합의의 시발점이 될지, 갈등 확산의 도화선이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 5일 내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세종시의회의 대응에도 지역사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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