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제12형사부, 21일 2차 공판에 승아양 엄마 오빠 출석
유족 측, 피고인 엄벌 촉구..9월 20일 3차 공판에 변론 종결 예상

대전 둔산동 도심 스쿨존에서 만취 음주운전으로 피해를 당해 세상을 떠난 배승아 양의 유족이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5월 사고 발생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고 현장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지상현 기자
대전 둔산동 도심 스쿨존에서 만취 음주운전으로 피해를 당해 세상을 떠난 배승아 양의 유족이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5월 사고 발생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고 현장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지상현 기자

[지상현 기자]"승아야, 다음 생에서 만나면 같이 즐겁게 오래 살아보자"(눈물).

대낮 대전 도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전직 충남도청 공무원의 만취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故 배승아 양의 유족 측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대전지법 230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A씨(66)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유족인 배 양의 어머니와 오빠는 이날 진행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들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배 양 오빠인 B씨는 "승아는 저에게 동생이자 딸 같은 존재였다"며 "모든 가족들에게 빛 같은 존재였다"고 흐느꼈다.

이어 "승아는 어떤 경우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누구도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회 차원의 강화된 법 제정을 촉구한 뒤 "이번 재판을 통해 음주운전은 엄벌에 처해진다는 판례를 남겨야 하고 음주운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A씨를 향해 "피고인은 사고 이후 사과와 사죄 한마디 연락도 없다. 그럼에도 재판부에 반성문만 제출하면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린 뒤 재판부를 향해 "피고인에게 최고 형벌로 처벌해 달라. 합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B씨는 마지막으로 "승아야, 작년 여름휴가 때 같이 못 놀아줘 미안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해. 모든 게 미안해"라며 오열했다.

B씨에 이어 진행된 승아 양 어머니에 대한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전직 충남도청 공무원인 A씨(가운데)가 경찰 손에 이끌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 지상현 기자
전직 충남도청 공무원인 A씨(가운데)가 경찰 손에 이끌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 지상현 기자

앞서 대전지검 형사1부는 혈중알콜농도 0.108%(면허취소)의 만취 상태로 스쿨존에서 음주운전해 보도에서 보행 중이던 초등학생 1명을 사망케 하고 3명에 대해 중·경상을 입게 한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20분께 서구 둔산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8%의 만취 상태로 제한속도를 초과한 시속 약 42km로 주행하다가 중앙선 및 보도를 침범해 보행 중이던 피해자들을 충격해 배승아 양을 사망케하고 나머지 3명에게 약 2주 내지 1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힌 혐의다.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같은 달 10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구속 수감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었고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적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건 당일 "한 두 잔만 마시고 운전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음주 장소에 차를 가져갔다"고 자백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와 애도하기도 했다.

전직 충남도청 공무원인 A씨는 5월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재판장 질문에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짤막하게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였다.

A씨 측은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법원에 공탁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요구에 따라 9월 20일 한 차례 기일을 열고 공탁 여부와 유족 및 상해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 감정 결과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A씨와 함께 공직에 근무했던 동료들을 비롯해 많은 방청객들이 법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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