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릴레이 기고 2편] 임지영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운영위원
국지도 96번 도로 폐쇄 후 '걷고 싶은 거리'로 승화해야
'시민의 건강과 안전 + 생태환경 보존'이 곧 녹색도시 세종 완성

세종시 중앙녹지공간 내 중앙공원 2단계 전경. 이 곳은 과거 장남들, 장남평야로 불리웠다. 임지영 위원이 벼농사 활동에 임하고 있다. 장남들 시민모임 제공. 
세종시 중앙녹지공간 내 중앙공원 2단계 전경. 이 곳은 과거 장남들, 장남평야로 불리웠다. 임지영 위원이 벼농사 활동에 임하고 있다. 장남들 시민모임 제공. 

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들이 속출했다.

유례없는 기상 이변은 기후 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집중 호우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내릴 수 있다는 뉴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예전에 장남평야라 불리운 현재의 중앙공원 일대는 금강의 배후습지였다.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하천이 범람하면서, 중·하류에 형성된 지형인 범람원 중에서 주로 점토로 이루어진 넓은 배후습지는 배수시설만 갖추면 논농사가 가능했다.

그렇게 장남평야는 오랜 세월 논농사 지대로 활용됐고, 그 논에 기대어 사람과 뭇생명들이 함께 살아왔다.

세종시 출범 후 도시가 개발되면서 이 곳에 나성동, 어진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파트와 상가를 지었고, 호수공원과 수목원을 비롯해 중앙공원을 조성했다. 2027년에는 국회 세종의사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제는 그 드넓었던 장남평야의 극히 일부만 남아 겨우 논농사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이 곳을 우리는 지금 ‘장남들’이라 부른다.

장남들 시민모임이 올 들어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볍씨 모이주기 활동 모습. 시민모임 제공. 
장남들 시민모임이 올 들어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볍씨 모이주기 활동 모습. 시민모임 제공. 

이 장남들에서 우리는 농약을 쓰지 않는 논농사로 먹거리를 얻고, 논습지의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인 홍수 조절로 홍수피해를 줄이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미세먼지와 열섬 효과까지 낮춰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에 도움을 받는다.

금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들은 논과 농수로에서 살 곳을 얻었고, 금강과 논을 오가며 수달과 고라니, 삵, 너구리 같은 포유류들은 먹을 것과 쉴 곳을 얻었다.

또한 지구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천킬로를 이동하는 도요물떼새들의 휴게소가 되고, 겨울이면 흑두루미를 비롯한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사람만이 아닌 다양한 생물종이 어우러져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사는 모습을 겨우겨우 다음 세대를 위해 남겨놓았다.

이렇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인 ‘장남들’은 전월산과 금강의 생태계를 연결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일제 강점기 때 쌀 증산을 위해 제방을 쌓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제방은 현재 중앙공원 공사용 임시도로(3km)로 이용되고 있다.

신호등 없이 쌩쌩 달리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청주를 오가는 차량과 세종을 통과하는 덤프트럭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세종시는 국지도 96번도로 일일 교통량을 2만 2000대로 추산하면서, 앞으로도 이 도로를 존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응다리(금강 보행교)와 인근에 건립 예정인 국회 세종의사당 방문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미래 교통수요가 더 늘 것이란 분석에서다.

당초 계획상 폐쇄 예정이던 임시 도로가 존치되는 흐름에 놓인 셈이다. 

하지만 ‘장남들 보전 시민모임’이 지난 3월 8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인 9일 같은 시간까지 24시간 교통량 조사를 한 결과는 이와 달랐다.

실시간 영상 촬영과 기록을 통해 데이터화한 결과, 일일 교통량은 1만 3300여 대에 불과했다.

더구나 출·퇴근 시간대 2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교통량은 미미했으며, 트럭을 비롯한 대형 공사차량이 세종을 통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운행이 많아 사고의 위험도 커보였다.

길은 자동차만을 위한 도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자연이 만나고, 자연이 서로 연결되는 곳이 길이다.

세종시를 관통하는 금강유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라고 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공간이 이처럼 뛰어난 자연공간임은 세종시민의 자랑거리이지 않을까?

사진은 장남들 시민모임이 지난 3월 24시간 교통량 조사에 나선 국지도 96호선 일대. 

아파트 만이 숲을 이루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도심 한가운데에서 흑두루미가 겨울이면 찾아와 새끼를 기르고, 눈덮힌 논을 질주하는 삵을 관찰할 수 있는 곳.

세계 최대의 금개구리 서식지인 세종은 꾸미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 멋진 곳이다.

그래서 시민의 생활공간과 문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중심 녹지공간인 생태공원이길 원한다. 

이용자들의 안전과 건강, 생태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복지 차원에서도 제방도로를 자동차가 아니라 시민과 자연에게 돌려주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되었으면 한다.

걷고 싶은 거리는 행복도시건설청이 수립한 '중앙공원 조성안'에도 담긴 개념이기도 하다. 

뒤틀린 환경 속에서 나타난 기록적인 폭우가 더 이상의 피해를 가져오지 않길 바라며 세종시는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경주해달라. 

‘장남들’은 이 같은 의미에서 최후의 보루다. <끝>

※. 외부 기고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아래 관련 기사 참고).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