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IN충청-⑤] 마을주민, 500년 전통 지키며 실거주 ‘살아있는 박물관’ 
‘말모이’ ‘클래식’ ‘태극기휘날리며’ 등 흥행작 단골 촬영지 

대전세종충남 지역 곳곳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촬영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속 명대사와 인상깊은 장면들을 회상하며 지역 관광 명소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방문객들의 오감만족은 물론 추억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촬영지 명소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 모습. [아산시 제공]

충남 아산시 송악면 설화산 산자락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중요 민속자료 제 236호). 500년 전 예안 이씨 일가가 이주한 뒤 형성된 전통마을로, 약 80여 가구의 주민들이 지금껏 전통을 지켜오며 거주하고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초가집과 한옥들,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돌담길과 수로, 600여 년 역사를 지닌 보호수를 비롯해 세월의 풍파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까지... 조선시대 풍경을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느낄 수 있다.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라 불리는 이유다.

10여 채의 전통한옥은 가옥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영암댁, 신창댁 등 택호를 붙인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건재고택, 송화댁, 교수댁 정원의 특색 있는 경관은 학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돌담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외암민속마을 풍경.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온 것 같은 이 마을은 곳곳이 문화재다. 카메라가 담은 모든 장면은 화보가 된다. 고즈넉한 전통 농촌마을의 풍경으로 ‘한국의 살기 좋은 마을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실제로 굵직한 흥행작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외암민속마을의 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취화선’, ‘클래식’, ‘말모이’ 등 영화와 임꺽정, 야인시대, 꼭지, 옥이이모 등 TV드라마 등이 촬영됐다.

마을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물과 돌, 그리고 나무가 조화롭게 자리 잡은 걸 느낄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부터 조상의 얼과 지혜가 담긴 전통적인 인공물의 형태로 얽혀 있다.

조선시대 주막 등 저잣거리 풍경을 재연한 외암민속마을 저잣거리.

먼저 입구에 흐르는 개천과 이를 건너는 돌다리는 ‘안’과 ‘밖’의 경계가 명확함을 알려준다. 마을에 들어서면 물레방아가 돌고 송덕비, 장승, 솟대가 옛 모습 그대로 세워져 있다. 특이한 건 마을 내에 인공수로가 있다는 점이다. 

마을의 주산인 설화산이 화를 머금어 그것을 잠재우기 위해 산에 있는 물길을 인위적으로 마을을 통과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주거지 안에 논·밭이 함께 어우러지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마을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돌담길은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 길이가 5.3㎞에 달하며 수로와 같이 자연석으로 이뤄져 있다. 돌담을 타고 올라온 덩굴, 돌담 너머로 집집마다 심어진 감나무, 호두나무, 밤나무, 살구나무 등은 농촌의 호젓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장승들.

마을 중앙은 600년 된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다. 이외에도 수백 년 된 나무가 마을 곳곳을 지키고 있다. 언덕배기에는 전통식 그네와 함께 사람 키의 몇 배 크기로 뻗어 나간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외암민속마을은 대한민국의 4계절을 모두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농촌마을을 물들이는 계절의 매력에 매년 계절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외암 민속마을의 ‘찐’풍경은 가을이다. 대표 문화축제인 ‘짚풀문화제’가 열린다. 

짚풀문화제는 해마다 주민들이 품앗이를 하면서 추수 후의 짚과 풀로 초가지붕을 얹고 미투리, 망태기 등을 짜는 등 농촌생활용구를 준비하고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갔던 문화를 재현하고자 마련됐다.

초가지붕의 짚풀을 교체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아산시 제공]

축제기간 중에는 짚과 풀을 이용한 공예품이 전시되고 떡메치기, 탈곡체험, 가마니 짜기 등 전통문화 체험과 조선시대 전통 성년례, 혼례, 상례, 제례, 과거시험 등을 옛 모습 그대로 재연한다. 

마을과 300m 거리에는 저잣거리가 만들어져 있다. 조선시대의 주막 등 먹거리 골목을 그대로 재연한 이곳에서는 음식뿐 아니라 각종 전통공연도 수시로 열린다. 

마을을 지나 산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강당골 계곡이 펼쳐져 있다. 계곡 인근에는 큰 연못이 있는데 골짜기의 이무기가 승천하다 어린아이를 잉태한 여성의 눈에 띄어 떨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초가지붕의 처마 끝이 어떻게 묶여 있는지 궁금하다면 외암민속마을로 발길을 옮겨보자.

짚끈으로 고정된 초가지붕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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