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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땅 실크로드' 사람이 살고 있었네
'머나먼 땅 실크로드' 사람이 살고 있었네
  • 조성남 전 중도일보 주필
  • 승인 2019.06.11 09: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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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과 실크로드를 가다①

조성남 전 <중도일보> 주필(전 대전중구문화원장)이 지난 5월 서양화가 유병호씨와 함께 중국의 서역 땅 실크로드와 중국불교미술의 메카 돈황 막고굴 등을 돌아보고 기행문을 보내왔다. 강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필자의 ‘중국 실크로드 여행기’를 4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막 지형에 형성된 칠채산. 붉은 빛이 감돌아 신비감을 주고 있다.
사막 지형에 형성된 칠채산. 붉은 빛이 감돌아 신비감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오후 7시 10분 대한항공(KE883)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5시간여의 비행시간 끝에 중국 신장 자치구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해 시작된 7박 9일간의 실크로드와 1000년 불교 유적의 고장 돈황 여행을 마치고 22일 오전 6시40분 인천공항에 다시 도착했을 때 필자는 강한 문화적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귀국하는 날 밤 비행기 속에서 지난 1985년부터 시작된 나의 해외여행이 이번까지 몇 차례일까를 세어보았다. 대만을 필두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유럽 아프리카 등 거의 20차례를 헤아리는 해외여행 길에 나선 것으로 기억되었고, 낯선 풍물이 새로웠다고 추억되었다. 또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첩을 꺼내 들고 일정과 새로운 풍경, 또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직업의식이 계속돼 재직하던 신문사에서 여행기를 연재하고는 했다. 

이번 실크로드 여행에서도 필자는 과거의 직업의식을 잠재우지 못하고 버스와 기차, 숙소에서 수첩을 꺼내고 가는 곳의 풍경과 조선족 가이드의 해설을 받아적곤 했었다. (취재기자의 습성을 어쩌지 못한 채) 20차례 가까운 해외여행을 기억해 낸 것은 이번 실크로드 여행의 문화적 충격이 그 어느 여행보다 컸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보던 몇 천년 동안 동·서양을 이어주던 교역로이자 동·서 문명이 만나던 곳 실크로드(중국명 絲綢之路)를 주마간산처럼 돌아본 이번 여행길이었지만, 비행기 속에서 본 인천-우루무치까지의 비행거리는 3333㎞로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거리(800㎞)의 4배가 넘는 머나먼 길이었다. 또 이번 여행지인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광활한 땅은 남한 면적의 4배에 이르는 면적으로 도시에서 도시 사이의 이동은 보통 4~5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였다. 

이번 여행길에서 만나 자연풍경은 대부분 다른 여행지에서 볼 수 없었던 사막지대였는데 가도 가도 황토빛의 메마른 산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하서주랑(河西走廊)과 기련산맥) 여행 다음 날 우루무치에서는 머리에 흰눈을 덮어쓴 천산산맥을 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돈황과 화염산을 비롯한 여행지 곳곳에서 마주한 숱한 불상과 비천(飛天)상, 벽화는 1000년의 시간을 건너 뛴 채 새롭게 다가왔다. 

실크로드 상에 펼쳐진 사막지형. 사막과 초원이 나란히 펼쳐져 있다.
실크로드 상에 펼쳐진 사막지형. 사막과 초원이 나란히 펼쳐져 있다.

우리의 사찰과 서적에서 오랫동안 보아왔던 불상이었는데도 이곳 실크로드의 돈황을 비롯한 여행지에서 마주한 불상과 비천상, 벽화 속의 보살과 나한들은 다른 불교 세계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의 절에서 보던 비천상이 돈황시내의 사거리에 우뚝 선 채 밤에 조명을 받아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곳이 불국토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7박 9일의 여행코스는 인천에서 우루무치로 날아가 그곳을 보고 야간열차(14시간)로 장액으로 가 대불사와 칠채산 등을 본 후 다시 만리장성의 서쪽 끝 가욕관으로 해서 다시 버스로(5시간) 막고굴이 있는 돈황으로 이동해 막고굴과 명사산을 보고 유원으로 이동해 다시 선선(고속열차로 2시간)에서 1박 후 투루판으로 이동해 화염산에 있는 천불동과 교하교성, 카레스를 보고 다시 우루무치로 와 천산천지를 보고 인천으로 오는 험한 여로였다.(열차 16시간, 버스 이동 15시간~17시간) 

주마간산 격이었지만,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를 돌아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중국의 몇천 년 역사와 1000여년이 넘게 서역 땅에 뿌리내린 불교와 그 유적, 그리고 오늘날 ‘신강위구르 자치구’라는 이름의 중국 서쪽 메마른 사막의 땅과 천산산맥과 기련산맥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산맥의 줄기는 이곳을 찾은 필자의 말을 잊게 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유목민족과 그들의 역사와 삶에 새삼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곳에서도 역시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서주랑에서 본 천산산맥 모습.산맥위에 만년설이 쌓여 있다.
하서주랑에서 본 천산산맥 모습. 산맥위에 만년설이 쌓여 있다.

아울러 이 땅을 차지하고자 중국의 한족과 옛 흉노를 비롯한 북방민족 간 치열한 전쟁의 흔적을 보면서 인간의 뺏고 뺏기는 역사의 현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땅을 둘러싼 갈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처럼 검문검색을 심하게 받아본 적이 없었다. 공항은 물론 열차, 음식점, 호텔, 박물관, 관광지 입구 등 가는 곳마다 검색대를 지나야 했고 숱한 사진 촬영을 당해야 했다. 중국당국의 이 같은 철저한 검문검색은 그만큼 이곳의 8백 40여만 위구르 사람들의 저항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다른 자연환경과 역사와 함께 이번 여행지에서 본 불교 유적은 또 하나의 커다란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 역시 1500여년의 역사 속에서 불교가 국교로 자리해 나라 곳곳에 사찰과 불교 유적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불교는 조선조 500년간 유교에 밀렸고 그 후 서세동점의 시대적 흐름 속에 서양의 기독교 세력에 밀려 산속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곳 실크로드에 와서 본 불교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과거의 역사를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실크로드의 돈황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본 불교는 도심 속에 나와 있었다. 호텔 속 객실의 복도에도, 시내 사거리에도, 삼장법사 조형물을 비롯해 가로등의 조형 형태도 비천상으로 돼 있는 등 불교는 이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었다. 종교를 부인하는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이런 모습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투루판 근처의  베제크리크 천불동(왼쪽). 천산산맥 입구에  있는 석상. 유족민족을 닮았다(오른쪽).
투루판 근처의 베제크리크 천불동(왼쪽). 천산산맥 입구에 있는 석상. 유족민족을 닮았다(오른쪽).

결국 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이 실크로드의 역사적 산물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해외관광객의 구미를 알아채고 과거의 역사를 그대로 살려 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인구 20만 명도 되지 않는 소도시인 돈황에는 한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게 현지 조선족 가이드 김정길씨의 말이다. 옛 실크로드의 중심도시이자 막고굴 천불동으로 유명한 그 이름으로 엄청난 관광객을 모아 흥청거리고 있는 도시를 보면서 필자는 대전을 떠올렸다. 3년간 대전방문의 해를 정한 대전.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무엇을 보러 사람들이 대전을 찾게 될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조성남 전 언론인
조성남 전 중도일보 주필

이번 여행에서 다시한번 확인한 평범한 사실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었다. 돈황에서 밤에 본 공연 ‘돈황성전(敦惶盛典)’은 돈황막고굴에 벽화를 그린 화공과 그곳에 시집온 공주와의 사랑을 주제로 한 그렇고 그런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야외대형공연장에서 환한 보름달 아래 본 공연은 상당한 울림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곳 실크로드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곳곳에 깔려 있는 그야말로 이야기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천 년의 역사 속에 사막을 무대로 생겨났다 없어진 나라와 나라와의 전쟁을 둘러싼 장수와 병사와 왕실, 불교의 전래과정은 물로 곳곳의 석굴에서 일했던 화공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인 만큼 사람들 이야기는 끝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 없겠지만 몇 차례에 걸쳐 필자가 이곳 실크로드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을 여행기와 함께 펼쳐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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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2019-06-11 10:57:21
신비감이 도는 철채산 멋있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