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실크로드, 문명교류의 서역땅
다시 주목받는 실크로드, 문명교류의 서역땅
  • 조성남 전 중도일보 주필
  • 승인 2019.06.17 10: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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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과 실크로드를 가다 시리즈 ④ 마지막 회

투르판의  천산산맥에 있는 물을 끌어 올리는 카레스. 

이번 실크로드 7박9일의 여정은 꼬박 하루 반나절 이상을 기차와 버스로 이동하는 강행군이었는데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공항과 역은 물론 관광지의 가는데 마다 검문검색을 심하게 하는 데 따른 피곤함이었다. 심지어 열차 안에서는 열차로 들어갈 때 사진이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열차 내에서 공안들이 다시 열차안 승객들의 여권대조와 얼굴 사진을 일일이 찍는 데는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이런 검문검색에 이번 여행이 끝나 인천공항에 내린 일행 중 한분은 무슨 감옥에서 나온 기분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신장위구르자치구와 감숙성의 검문검색은 유난했다. 이처럼 검문이 심한 것은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한 것처럼 위구르인들의 중국정부에 대한 저항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었다. 중국정부는 심지어 우루무치의 야시장이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물시장이었음에도 위구르인들의 소요를 우려해 아예 폐지시켰다고 한다. 이런 불편함이 뒤따르기는 했으나, 앞서 살펴본 대로 실크로드 일대는 분명 매력적인 요인이 많은 땅이었으며 동서문명이 만났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돈황 막고굴은 물론이거니와 이번에는 가보지 못한 천수(天水)의 맥적산 석굴과 베제크리크석굴 등은 1천년 불교유적의 탁월한 예술품이며 불교유적 뿐 아니라,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실크로드 유적이 곳곳에 산재돼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이 놓여있는 지역이다. 한족과 여러 유목민족이 이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를 비롯해 서역땅을 둘러싸고 숱한 전쟁을 치렀으며 나름의 생활문화와 풍습을 지니고 살아온 땅이 또한 이곳 실크로드였다.

그러나 이곳은 역사 속의 땅일 뿐 아니라 오늘날 중국이 그 가치를 소중히 하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행 중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만 해도 이 신장위구르의 땅이 얼마나 가치있는 곳인지 짐작이 간다. 우선 신장위구르 지역의 석탄은 세계1위로 그동안 중국내의 물류비용 때문에 호주에서 사다 썼는데 최근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이곳의 석탄이 주목받고 있다는데 아직은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는 풍부한 물로 여러 농산물이 풍부하다.

우루무치는 또 천연가스가 남아도는 곳이라고 하며 신장위구르 지역은 또 여러 색의 목화가 재배되고 있으며 앙파와 고추가 대량생산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 투루판지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지대가 낮은 곳인데 포도와 대추,화미과등 중국에서도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과일이 생산되는 축복의 땅이기도 하다. 투르판에서 인상적이었던 곳 중 하나는 고대의 수리시설인 카레스(古井)로 만리장성, 대운하와 함께 중국 3대공사의 하나라고 하는데 무려 2000년전 한(漢)대부터 시작돼 수나라때 실크로드를 따라와 이곳까지 영향을 미쳐 수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카레스는 천산산맥까지 아래쪽에서 20-40km까지 수로를 파서 천산산맥의 물을 끌어와 포도등 농사와 식수로 사용해왔는데 오늘날까지도 그 수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들의 지혜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카레스는 투르판 분지에 1,237개나 되며 총길이는 5000km를 넘고, 대략 3-8km사이인데 가장 깊은 곳은 90m가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사막지대에서 신선한 물을 끌어와 농사와 식수로 활용하면서 오아시스 도시가 만들어졌고 또 동서문명이 교차 할 수 있는 마당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 카레스 시설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몇 시간을 가도 황무지와 같은 하서주랑의 산들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평지는 그 자체가 무궁무진한 건축자재로 그냥 파서 얼마든지 곧바로 시멘트 재료가 되는 그런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곳곳의 공사현장에서는 인근의 땅에서 나온 석재를 바로 포크레인을 이용해 공사현장에 투입하고 있었다. 굳이 돈을 들여 나르지 않더라도 이곳의 땅은 인근 공사현장에 곧장 공급될 건축자재로 손색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앞서 농사얘기를 했지만, 우루무치 지역의 사막에서는 고추농사를 많이 하는데 병도 없어 농약을 할 필요도 없으며 자연건조되기 때문에 그냥 기계로 수확하면 된다고 한다. 또 이번 여행에서 많이 본 풍경이 풍력발전기인데 상당히 넓은 지역의 사막지대에 풍력발전기가 수없이 설치돼 있었다. 경제개발에 일로매진하고 있는 중국의 곳곳에 그만큼 전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이 많은 풍력발전기가 이해되었다.

필자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막연히 사막지대라 물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으나 이는 잘못된 지식에 기인한 현실과 동떨어진 추론이었다. 전체도시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필자일행이 여행한 도시들과 그 일대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고, 또 거대한 호수와 같은 저수지도 있었다. 이는 천산산맥과 기련산맥에서 만년설이 녹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기 때문이며 이곳의 물은 그 수질도 좋아 정수과정도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천산산맥에 있는 호수 천지(아래 왼쪽). 천지 앞에 있는 필자(아래 오른쪽).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흥미 있는 얘기를 들었는데 러시아의 ‘바이칼’호 물을 중국이 끌어다 쓰려고 러시아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이 경제개발의 속도를 내는 것으로, 중국이 무섭게 경제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울러 중국의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우리나라가 고통받고 있는데 이곳 신장 위구르는 여행하는 동안 미세먼지가 없다는데도 놀랐다. 이곳은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청정지역이라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와 실크로드 체험을 하면서 신장위구르 지역은 버려진 땅, 사막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단지 우리나라와 그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만주지방등에 비해 덜 알려졌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실크로드에는 수많은 왕국의 흥망성쇠가 깃들어 있는 문명교류의 땅이다. 삼장법사가 인도까지 가는 과정에서 겪었던 이오왕국, 고창왕국 등에 얽힌 이야기는 정말 소설 같은 대목이 많다. 

옛 고창왕국에 온 법사는 고창왕국의 왕과 의형제를 맺고 천측국에 갔다가 (고창왕국의 편지가 통행증이 돼) 무사히 곤륜산맥을 넘어 고창왕국까지 왔는데 이 왕국은 이미 수양제에 의해 멸망당한 후였다고 한다. 또 투르판까지 온 삼장법사의 제자와 파미르분지를 넘었는데 제자2명중 1명은 고산병으로 죽고 1명은 삼장법사의 귀중한 보따리를 훔쳐 갔다고 한 이야기등은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또 신선들이 도를 닦는 곤륜산맥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옥(玉)이, 그중 백옥이 많고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이 곤륜산맥은 중국 최대의 산맥이면서 기(氣)가 제일 쌘 땅이라고 한다.

7박9일의 주마간산 격의 이번 실크로드 여행이었지만, 무엇보다 강한 문화적 충격과 낯선 이국의 풍경은 필자로 하여금 실크로드 여행의 매력에 빠지게 한 여행이었다. 위구르인들의 빵인 난(naan)을 뜯어먹으며 기차에서 본 신장위구르는 끝없는 황무지 못지않게 여행객의 여수(旅愁)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미지의 매력적인 땅이기도 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또 가고 싶은 실크로드이기도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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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2019-06-17 11:56:11
이런 기사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