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64] 박수현-김의겸 통해 보는 고위공직자의 ‘부와 명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오른쪽)과 박수현 전 대변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오른쪽)과 박수현 전 대변인.

이번 한 주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시끄러웠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단골 소재인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논문 표절, 특혜 채용이 우르르 쏟아졌습니다. 청와대 인사 검증 기준이 또다시 흔들리는 순간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장관 후보자 7명이 모두 ‘부적격’하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과 함께 고위공직자 인사 원칙을 내놨습니다. 위장 전입,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을 비롯한 5대 비리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고요. 지난 2017년 11월에는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를 더해 ‘7대 인사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 올라온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이 인사 기준 적합 여부를 놓고 매번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자 문 대통령은 ‘현역 불패’라는 현직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내각을 꾸려왔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직권’을 행사해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이번에도 분위기는 비슷한 양상입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트집을 잡을라치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중요한 건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국민들이 수긍할만한 기본적인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더구나 집권 이후 ‘공정’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라면 더더욱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막무가내’식 임명을 할 거면 7대 인사 기준은 왜 만들었고, 인사청문회는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요.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이 공개됐습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재산이 올랐는데요. 수천억 원대 국회의원부터 마이너스 재산을 신고한 국회 사무처 직원까지 다양합니다.

돈이 많다고 ‘부정축재’를 의심해선 안 되고, 돈이 적다고 자질을 의심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다만, 재산을 불리는 과정에서 의혹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응당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위공직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공정사회’를 실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의겸(55) 청와대 대변인이 재산 공개 이후 투기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지난해 거액의 빚을 내 재개발 중인 서울 흑석동 뉴타운 구역에 25억 원을 주고 2층짜리 상가 건물을 산 게 문제가 된 건데요. 김 대변인은 논란이 확산되자 직접 해명했습니다.

“결혼 이후 30년 가까이 집 없이 전세를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청와대 관사에서 살고 있다. 청와대는 언제 나갈지 알 수 없는 자리다. 청와대 자리에서 물러나면 관사도 비워줘야 하고, 제가 나가면 집도 절도 없는 상태다. 그래서 집을 사자고 계획을 세웠다.”

그는 또 “저는 장남이다. 혼자 사는 팔순 노모를 모시고 살려면 더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고, 제 나이에 나가서 또 전세를 살고 싶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10억을 대출받고, 형제와 처제에 1억을 빌려 건물 사는데 보탰다는 겁니다.

이 장면에서 김 대변인 전임자였던 박수현(54)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떠오릅니다. 박 실장은 대변인 시절 자신의 재산이 공개되고 곤혹스러워 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이 참모진 가운데 재산이 꼴찌였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7년 9월 공개된 그의 재산은 마이너스 6465만원. 당시 마이너스 재산은 그가 유일했고, 빚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청와대를 나와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빚이 더해져, 박 실장이 올해 신고한 재산은 마이너스 2억 2500만원입니다. 그나마 비서실장 월급으로 빚을 탕감해 지난해보다 300만원 오른 겁니다. 박 실장도 장남입니다. 충남 공주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매일같이 국회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배우자도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불안과 걱정의 대상입니다. 돈이 없으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고위직에 있거나 일할 능력이 있다면 ‘돈 없음’은 마냥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닙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란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순수한 재산이 14억원이라고 했습니다. 그 돈이면 지방에서는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와 상가를 한꺼번에 사고도 남는 돈입니다. 전세를 살지 않아도 되고, 넓은 집에서 노모를 모실수도 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입니다. 누구보다 정책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자리라는 얘기입니다. 김 대변인이 건물을 매입할 당시였던 지난해 7~8월은 정부와 청와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무진 애를 쓰던 기간이었습니다. 이후 ‘9.13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요.

그런 때 재개발 지역에 빚을 내 건물을 사는 건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는 기자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때문에 재산이 공개되면 언론에 어떻게 비칠지도 뻔히 알고 있었을 텐데요. 지난해 2월 대변인에 임명되고 5개월 만에 ‘노후’를 대비한 처사는, 투자였던 투기였든, 적절치 못했습니다.

박수현 실장은 ‘재산 꼴찌’ 대변인 시절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인용하며 이번 주 정치레이더 마칩니다.

“청와대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꼴찌’를 해서 주셨나요. ‘국가와 국민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를 지닌 정치인이 되도록 깨어 노력하는 것으로 상의 의미를 새기겠습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