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시대를 읽지 못하는 ‘리더의 부재’ 안타까운 현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일대 전경. 자료사진.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일대 전경. 자료사진.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북한의 핵 폐기와 그에 따른 보상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능가할 만한 이슈란 존재하기 어렵다. 안보와 직결되는 가장 중차대한 문제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신중론도 있지만, 이번 회담이 이전보다 훨씬 진일보한 결과물을 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회담 직전에 나온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북측의 추가 핵실험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중단 등의 조치는 정상회담 의제가 훨씬 더 진일보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실무 테이블이라면, 위와 같은 조치들을 합의하는 데만 수개월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이라는 남북 최고 이벤트 앞에서는 레드카펫을 까는 것보다 ‘군사적 긴장감 완화’가 더욱 손쉽게 이뤄졌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가능성은 그저 ‘정치적 수사’로만 읽을 수 없는 중대한 주제다. 과거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도 우회적 타진만 했을 뿐, 본격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은 종전선언과 평화체제가 지닌 함의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평화체제로 전환은 한반도 주둔 미군의 지위에서부터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문제,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 문제, NLL과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 등 모든 남북문제의 기틀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중대변화를 의미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가 논의된다면, 남북은 공히 한국전쟁 이래 가장 중요한 역사적 분수령을 만들었다고 자부할 만하다. 

아직 대다수 국민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상회담에 이은 후속조치들은 더욱 놀라운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에 민감한 자치단체와 기업들은 벌써부터 정상회담 이후 몰려올 변화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사업권자인 현대그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거나, 증권시장의 큰손들이 남북경제협력 관련 주식을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은 단적인 사례에 불과할 뿐. 더 멀리 바라보는 기업인들은 유라시아 철도연결, 가스관 연결 등과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북방외교에 따른 과실을 어떻게 선점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북정상회담 지원점검 회의를 열고 “남북정상회담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던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교류를 담당할 서울시 조직을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혜안이다. 박 시장이 이처럼 정상회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서울이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기회의 순간’에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리더의 책무다. 자신의 책무를 잊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박 시장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렇다면 대전과 충남은 어떤가.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무드 시기에 우리 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회요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전혀 없다.   

사실 ‘리더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다. ‘권선택-안희정의 낙마’는 그래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전·충남이라는 공동체에 뼈아픈 대목이다. 그런데 지방선거 공간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하려는 후보들에게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혜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전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한 예비후보가 <디트뉴스>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이후 유라시아 철도연결 등 철도산업의 획기적 변화를 예상한다”며 “철도 중심지인 대전의 미래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이 유일무이한 고민의 흔적일 뿐이다. 

대전의 리더들에게는 향후 펼쳐질 한반도의 기회요인을 우리 공동체 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없다. 너무 큰 기대일까. 지금 우리 공동체는 멀리 보는 ‘혜안’을 가진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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