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채동주 카이스트 입틀막 대책위 공동대표 대자보 작성
“걱정 없이 과학기술 연구하는 세상 만들어야”

채동주 카이스트 입틀막 대책위 공동대표가 27일 카이스트 정문 앞에서 대자보를 쓰고 있다. 유솔아 기자. 
채동주 카이스트 입틀막 대책위 공동대표가 27일 카이스트 정문 앞에서 대자보를 쓰고 있다. 유솔아 기자. 

[특별취재반 유솔아 기자] “과학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투표합시다.”

27일 오후 대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생회관에 대자보가 걸렸다.

<디트뉴스>는 이날 카이스트 정문 앞에서 대자보를 작성한 채동주 'KAIST 학위수여식 R&D 예산 복원 요구 입틀막 강제퇴장에 대한 대학생·졸업생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물리학과 21학번)를 만났다. 

채 대표는 크고 하얀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옆에는 채 대표가 빈 종이에 채워 넣어야 하는 글이 적힌 종이가 하나 있었다. 글 제목은 ‘과학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채 대표는 예정된 시간이 되자 한자씩 써 내려갔다. 글에는 윤석열 정부 'R&D(연구개발)예산 삭감'에 관해 현장에서 느끼는 분노와 좌절이 담겨있었다.

그는 기자에 “현재 대학원생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팀이 해체돼 뿔뿔이 흩어졌다”며 “과학 정책이 왔다 갔다 하니 불안감을 느껴 해외 유학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도 많다”고 토로했다.

채 대표는 이어 “당연히 예산을 복원하리라 생각하고, 꼭 그래야만 한다”며 “아울러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향후 과학 정책에 과학계 의견을 확실히 듣고, 반영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나왔다”고 강조했다.

2~30대를 향해선 “걱정 없이 과학기술 연구하는 세상을 원하지 않느냐”며 “이를 가장 쉽고 빠르게 보여주는 방법은 투표다. 나의 한 표가 의견이 되고, 한 표가 모여 정책이 된다. 내일 위해 투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공계 졸업생 "과학기술 미래 망가져 아쉬워"

채동주 카이스트 입틀막 대책위 공동대표가 27일 카이스트 정문 앞에서 대자보를 쓰고 있다. 유솔아 기자.
채동주 카이스트 입틀막 대책위 공동대표가 27일 카이스트 정문 앞에서 대자보를 쓰고 있다. 유솔아 기자.

이공계 졸업생 정성일 씨가 후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 씨는 “친한 선배가 최근 예산 삭감 직격탄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연구처를 옮기게 됐다”며 “예산을 복원시킨다고 해도 손실이 너무 크다. 너무 많은 인재가 해외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포닥(박사후 연구원)생활을 하는 분이 많은데, 당장 재계약이 힘든 상황이 되니 유럽이나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미래가 많이 망가진 거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일부 재학생, R&D 예산 삭감·총선 '무관심' 

27일 오후 카이스트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유솔아 기자. 
27일 오후 카이스트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유솔아 기자. 

이날 낮 기온은 17도를 기록했다. 많은 학생들이 캠퍼스에 돗자리를 펴고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학생 가운데 채 대표가 대자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다. 다가오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무관심했다. 

한 재학생은 "지금 R&D 예산 삭감은 많이 가라앉은 현안 아니냐"며 "내달 치러지는 총선에서 투표할 생각이 없다. 만약 하더라도 정부 결정(R&D 예산 삭감)이 선택에 반영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재학생은 "연구·개발 예산 삭감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투표)하긴 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부 결정 투표 결과에 반영될 것" 답변도

반면 정부 결정이 내달 선거에 반영될 것이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한 생명공학과 재학생(21학번)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후보를 뽑을지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전자과 학생은 "연구실 운영비와 인건비가 줄고,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며 "많은 생각이 든다. 투표를 꼭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2030 유권자네트워크 "세상을 바꾸는 투표, 청년층 참여해야"

이날 활동은 2030 유권자 네트워크(네트워크)가 주관하는 ‘2030 릴레이 투표 참여 호소 대자보 부착 캠페인’ 일환으로 진행했다.

네트워크는 현재 청년 유권자에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자, 전국 대학에 대자보를 부착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앞서 지난 21일 이태원참사 유가족 유정 씨(용산구 기억과 안전의 길), 22일 해병대 예비역 신승환 씨(경북대)와 익명 교사(서이초), 23일 전세사기 피해자 이철빈 씨(고려대)와 함께 대자보를 작성해 걸었다. 

이태우 네트워크 간사는 "현재까지 전국 43개 대학에 대자보를 부착했다"며 "세상을 바꾸는 투표에 많은 청년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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