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이백한번째 이야기] 마음 떠났다면 시간 끌 이유 없다

이상민 의원 블로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로그.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이 연일 더불어민주당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둥, “숨 막힌다”라는 둥. 이쯤 되면 당을 떠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다. 그는 곧 민주당을 떠날 것이다. 잡으려고 마음 쓰는 대전의 동료 의원도 딱히 없어 보인다. 

이 의원이 민주당 탈당을 처음 예고한 건 지난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 7월 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현재 상황에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 분당도 결별의 형태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뜻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한지붕에 있겠느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얄팍한 수준으로 손잡으면 금방 깨질 것”이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비명(非 이재명)계 하소연 정도로 들렸을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그는 이때부터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이 있던 모양이다. 

그는 박병석 의원(6선. 대전 서구갑)에 이어 당내 최다선(5선)이고, 중진이다. 대전은 물론, 당내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얘기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의 정치적 행보는 ‘미스터 쓴소리’에서 ‘우클릭’으로 전환했다. 보수 성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해당(害黨) 행위에 가까운 언사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7월 이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한 발언을 두고 “해당 행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물론, 이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의원은 12월 초까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작금의 행보를 봐선 탈당은 기정사실화된 상태고, 다음 행선지가 어디냐만 남은 듯하다. 어디로 가든, 선택은 전적으로 이 의원 몫이다. 

걱정스러운 건, 그동안 몸담아 온 민주당과 ‘유쾌한 결별’을 할 수 있겠느냐다. 정치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는 마땅한 명분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 민주당 공천을 못 받을 것 같으니 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5선 중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 스스로 ‘마치 공천을 구걸하는 것처럼 매도당하고, 모욕감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니. 

그런데 결정이 늦어질수록 그런 오해와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비명계 그룹인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조차 “자기 당선 때문에 뭔가 한다고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니.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당선(18대)된 전력이 회자 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떠날 결심이 섰다면 미련을 둘 이유는 없다. 당이 이러니저러니, 경선 룰이 어쩌니저쩌니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다. 이미 그의 본심을 알 사람은 다 알고, 시간만 끌어 봐야 올라갈 몸값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좋은 소리보다 매도와 모욕감만 더할 터. 

이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데드라인을 12월 초로 정한 이유에 “더 결단을 미루는 건 지지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시사저널, 지난 21일 자)”라고 했다. 12월도 멀다. 당장 내일이라도 유쾌하게 결별을 선언하시라. 그래야 공천 때문에 나간다는 억측과 의심을 풀 수 있으리라. 당과 당원, 지역민(지지자)들에 마지막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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