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9시간 20분 영장 심사 뒤 “증거 인멸 염려 없어”
이 대표 정치적 리더십 강화..검찰·여권 ‘역풍’ 불가피

법원은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민주당 홈페이지.
법원은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민주당 홈페이지.

[류재민 기자] 법원은 27일 새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헌정사 최초 제1야당 대표의 구속은 피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혼란에 빠진 민주당도 기사회생했다. 반대로 검찰과 여권은 그동안 무리한 정치적 수사라는 부분이 부각하면서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2시 25분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으로 이 대표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오전 10시 7분께 법원에 출석해 9시간 2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에도 당내 반란표로 법정에 선 이 대표는 구속 영장까지 발부될 경우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에 놓일 뻔했다. 168석의 압도적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 역시 계파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분당설과 더불어 6개월 여 남은 총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이 대표 친정 체제 ‘굳히기’
비명계 포용 여부, 총선 승리 ‘관건’ 

그러나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 대표는 오히려 정치적 리더십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내 주류인 친명(親 이재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 친정 체제를 더욱 굳히려 들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이 대표 구속 심사가 중이던 26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친명계 홍익표 의원(3선. 서울시 중구성동구갑)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홍 원내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이제는 하나의 ‘원팀’이다. 제가 꼭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힘을,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친명계와 비명(非 이재명)계가 ‘화해 무드’로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친명계가 가결파를 겨냥해 ‘징계’에 나선다면 비명계도 이 대표 ‘사퇴 카드’를 꺼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양측의 주도권 다툼도 자리하고 있다.

이 대표 영장 기각으로 인해 검찰의 향후 수사 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책임론도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영장 기각 사필귀정,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에 경종"
국민의힘 "법원이 개딸에 굴복..검찰, 영장 재청구해야"
내달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 총선 성적표 ‘가늠자’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 대표는 오히려 정치적 리더십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내 주류인 친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 친정 체제를 더욱 굳히려 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홈페이지.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 대표는 오히려 정치적 리더십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내 주류인 친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 친정 체제를 더욱 굳히려 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홈페이지.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기각은 사필귀정”이라며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검찰과 여권을 맹공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불통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라. 내각 총사퇴를 통한 인적 쇄신 및 국정 기조의 대전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결국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며 "추상같이 엄중해야 할 법원이 판단이,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는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또 "검찰은 하루속히 보강을 통해 다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며 "아울러 이 대표와 민주당 역시 오늘의 결정이 범죄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님을 직시하고, 겸허한 자세로 더 이상의 사법 방해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내달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지옥에서 생환하면서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것이다. 다만, 이 대표가 비명계를 포용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급부로 이 대표를 궁지로 몰았던 검찰은 불구속 수사를 하더라도 동력을 잃을 것이고, 여권 역시 상당한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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