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속도제한 탄력 운영 시범사업 추진
정부 지침 발맞춰 운전자 편의 제고 방침

지난 8일 사고가 발생한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추모 꽃과 물건이 놓여있다. 최찬룡 영상기자.
지난 8일 사고가 발생한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추모 꽃과 물건이 놓여있다. 최찬룡 영상기자.

[한지혜 기자] 정부가 시행 3년밖에 되지 않은 민식이법을 운전자 편의에 맞춰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도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최근 지역에서 발생한 스쿨존 참변과 무관하게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제한을 탄력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앞서 시와 대전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유성구 어린이집 인근 스쿨존 2곳의 제한속도도 시속 50km로 상향했다. 학교마다 여론 조사를 실시해 스쿨존 속도 상향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었으나, 학부모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덕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구간에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기존 제한속도 30km/h를 50㎞/h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현재 30㎞/h로 설정된 해당 구역 안전표지판과 노면 표시 등을 철거한 뒤, 오는 6월까지 가변형 전광판 등의 시설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 8일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발생한 스쿨존 사망사건과 관련해 이러한 방침이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단계부터 운전자 편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지난 2021년부터 시행 중인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역행해왔다.

특히 사고 이튿날인 9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2차 정책화 과제’ 15건을 발표하면서 ‘민식이법’을 재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속도제한 정책이 보행자 통행량, 도시 내 지역적 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경직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지난 10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아이들 보호 문제는 중요하지만, 속도제한 문제는 여러 의견이 다른 것 같다”며 “속도제한 문제는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시간을 철저히 분석해 재설계해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하반기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 탄력운영 시범사업은 시설 설치 등이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며 “실무적으로 내부 검토를 더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0년 3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0년 483건에서 2021년 523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 기간 어린이(12세 이하) 5명이 숨졌고, 1070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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