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예순여섯번째 이야기] 일방통행 뒤 브레이크 걸리면 ‘남 탓’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대표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대표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하던 1층 현관 앞을 지날 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을 중단했고, 대통령실은 그 자리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사태에 재발 방지 방안 없이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란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설전을 두고 한 소리다. 설전의 시발은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발언 때문이었다. 전 국민이 다 알아들은 말을, ‘대통령실’만 못 알아들었고, 대통령실 스스로 인정했던 대목도 나중에는 꽁무니를 뺐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도어스테핑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들과 소통을 끊은 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기자들과 불통은 국민과 불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례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윤 대통령은 올해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제 강제 동원·위안부 문제는 쏙 빼놓고, 밑도 끝도 없이 ‘일본은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도 국내 기업에서 걷어 주겠다며 ‘면죄부’까지 줬다. 일본에 가선 정상회담까지 하고 올 땐 빈손으로 왔다. 와서는 20분 넘게 TV 생중계를 걸고 화난 국민을 한참 ‘설득’했다. 말이 길어지면 변명처럼 들린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노동시간도 들었다 놨다.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진화했는데, 대통령실은 ‘60시간 이상도 가능하다’고 다시 불을 지폈다. 국정의 방향과 철학이라는 게 있기는 한지 통 모르겠다. 

문제는, 해명이란 걸 할수록 스탭이 점점 더 꼬인다는 데 있다. 그러면 또 언론을 탓한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가짜뉴스와 소통 부족 등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언론에 “69시간 프레임에 빠져 갇혀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주 69시간이 가짜뉴스라고 하는데, 누가 말한 것이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언론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정부는 언론이 동네북인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지났다. 그런데 ‘마치 10년은 된 것 같다’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국민의 삶과 정서와 직결한 정책을 펼 때 필요한 ‘소통’이 빠졌기 때문 아닐까. 돌아보면,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그랬고, 만 5세 초등학교 조기 입학 때도 그랬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였고, 그럴 때마다 브레이크가 걸렸고, 결국 후퇴했다. 그때마다 사과와 책임은커녕 언론 탓, 야당 탓, 전 정권 탓만 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국민과 소통을 강조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울타리도 투시형으로 설치해 국민이 대통령의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일까. 대통령실은 청와대보다 더 구중궁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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