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점검] 코로나19 이후 다시 재개되는 지방의원 국외 연수
코로나19 이전 '관행' '외유성 논란' 되풀이할까... 우려가 현실로
4개 시·군 연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같은 지역 선정... 실질적 연수 의문
지역 맞춤형, 실질적 대안형 연수로 변모 절실... 연수 보고서 내실화도 숙제

세종·계룡·공주·부여 의회가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외유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방의회 국외연수를 들여다봤다. 각 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세종·계룡·공주·부여 의회가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외유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방의회 국외연수를 들여다봤다. 각 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김다소미 기자] 의정 활동의 전문성 강화와 선진 사례 벤치마킹 취지로 지방비 예산을 지원하는 '지방의원 국외 연수제도'.

올 들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과 함께 전국 지방의회의 국외 연수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관건은 '외유성 vs 의정활동 연속성' '관행적 여행사 일정 vs 능동적 연수 계획' '형식적 연수 보고서 vs 지역 행정에 실질적 접목 추진' 사이로 모아진다. 

코로나19 직전 국외 연수는 ‘외유성’ 논란과 ‘짜깁기’ 보고서란 비판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지방의회는 이 같은 개선 요구를 받아 안지 못했고,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은 그치지 않았다. 

일종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으면서, 지방의회 ‘무용론’ 역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023년 국외 연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권 3개 시·군 의회가 그간의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한 연수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세종시와 계룡시, 공주시, 부여군 의회는 최근 마치 각본을 짠 듯,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란 같은 지역으로 날짜만 바꾼 연수를 다녀왔다.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상징수도)와 푸트라자야(행정수도)' 모델로 십수년간 단골 연수지역으로 이름을 올렸고, 싱가포르는 '대관람차(플라이어)와 가든스바이더베이(정원), 유니버셜스튜디오(놀이공원)' 등 문화·관광형 특화 도시로 벤치마킹 0순위다.  

문제는 4개 시·군의회의 계획서에 드러난 '벤치마킹 주제와 보고서'가 사실상 판박이에 가깝다는데 있다. 지난 10여년 간 이 도시를 다녀와 작성된 보고서도 수두룩하다. 

실제 세종시는 집행부부터 의회 연수까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2014, 2019년)를 여러차례 벤치마킹했고,  부여군의회도 이미 2011년과 2017년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연수를 다녀온 바 있다.

부여군 6대 의회의 2011년, 8대 의회의 2023년 세부 일정은 90% 이상 흡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선거 당선과 함께 동일 지역을 연속 2번 갔다 온 의원도 존재했다. 

계룡시의회는 부여군의회와 연수 일정, 방문지마저 똑같았고, 금산군의회와 이번 연수를 함께했다. 공주시의회는 단순 방문지 소개 수준의  보고서 제출이란 한계를 보여줬다. 그나마 세부 일정에서 차별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 곳은 세종시의회로 분석됐다. 

연초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시민들의 경제 상황이 날로 나빠지는 상황.

국민 혈세로 ‘해외 연수’를 떠나는 충청권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들여다 봤다. 

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 전경. 싱가포르 공식 홈페이지 발췌.  
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 전경. 싱가포르 공식 홈페이지 발췌.  

[부여군의회] 싱가포르 ‘뉴워터 정수장’, ‘URA(도시계획센터)’ 시설 방문만 3번째
향후 ‘보고서’ 내용, 지역 현안 접목 방안 ‘주목’

지난 13일 말레이시아로 떠난 부여군의회(의장 장성용)는 15일 현지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해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총 소요경비는 의원 11명 경비(3146만 460원)에다 사무처 직원 6명까지 플러스 알파다.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 회의록를 보면, 이번 연수의 목적은 ‘선진도시의 성공 사례 시찰을 통한 의회 정책 역량 강화’에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된 굿뜨래 농산물의 해외 수출을 활성화하고 현지 유통 현장의 트랜디한 식품 채널 조사 및 비교 분석을 목표로 삼았다. 

주목할 점은 싱가포르 도시계획센터 URA갤러리와 뉴워터, 가든스바이더베이 탐방일정이다. 부여군의회는 지난 2011년, 2017년 똑같은 국가와 지역에 연수를 다녀왔지만, 올해 3번째 방문은 어떤 차별점을 갖는지 의문부호를 달게 한다. 

회의록과 계획서에 기록된 연수 목적도 이전 방문과 다르지 않다. 아직 연수기간인 부여군의회가 귀국 후 제출할 보고서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군민들은 재탕, 삼탕의 보고서가 되지 않길 원하고 있다. 올 들어 챗 GPT까지 등장하면서, 짜깁기 보고서 탄생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계룡시의회] 비용 때문에 차선책으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방문
’도시재생‘에 초점 맞춰... ’계룡시 군문화축제‘ 활성화 방안 없어 아쉬워 

계룡시의회(의장 김범규)는 부여군의회와 연수 일정, 방문지가 똑같다. 싱가포르를 먼저 방문한다는 점만 다르다.

계룡시의회 국외연수심의회의록을 살펴보면, 심의위원 A 씨는 계룡시의 대표 축제인 ’군문화축제‘의 화제성을 언급하며 이와 연관성 없는 이번 일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A 씨는 “군문화축제가 가장 화두가 되고 있다. 해마다 간다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도 좋지만 '군 축제'를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곳이 좋겠다”며 “앞으로 우리가 군문화축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의회의 역할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계룡시의회 이청환 부의장은 “저희들도 그 부분에 대해 의원 간담회 당시 상의를 했다. 그러나 지금 모든 국제 물가가 올라 어렵다”며 “영국의 에딘버러처럼 군악 행사 등을 제대로 보고 계룡시에 접목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국외 연수 예산을 스스로 편성하고 진행하면서도, 정작 지역 맞춤형 선진지 견학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이 부의장은 또 “계룡시는 관광자원이 전무하다 보니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건 ’관광산업‘을 좀 더 발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 다른 심의위원 B 씨는 계룡시의회 일정 중 하나인 ’싱가포르 의회‘ 방문의 ’의원 내각제, 단원제 현지 의정활동 비교연구‘ 목적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잠깐 방문해서 연구가 될지 상당히 의심스럽다”며 “사전 연구가 이뤄져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 현지에서 궁금했던 부분들을 (보다 명확하게)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 씨는 “대게 막연하게 둘러보고 다녀와서 결과 보고서는 인터넷에서 짜집기 하는 방식은 언론을 통해 여러번 보도됐다”며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비판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주시의회] 보고서에 지역 현안과 접목 사례 들었으나...
구체적 방안 없이 방문지 소개에 대부분 할애 

공주시의회(의장 윤구병)는 지난해 12월 해외연수를 이미 다녀왔다. 당초 계획된 10월 연수일정이 이태원 참사와 맞물리면서 이 때로 연기됐다. 

이 때문인지 공주시의회의 연수 보고서는 부실했다. 상당 부분을 방문지 소개에 할애했다. 

'공주시 관광 자원이 역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최근 자연환경과 문화 분야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면서 ’프탈링자야 재활용센터처럼 자원 재생을 통한 환경보호가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푸트라자야에 대해 ’송선·동현 신도시 조성사업이 다시 추진된다면, 공주시 특색에 맞는 건물과 녹지공간을 주민들의 친환경 주거여건과 더불어 조성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기록했다. 

지역 현안과 방문지를 연계할 사례를 들었지만, 구체적 방안 마련은 빠졌다. 

진정 공부하며 대안을 찾는 '국외 연수'란 평가를 받으려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세종시의회]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다녀온 산건위
충남 3개 시군과 '차별화' 시도... 실질적 보고서 제출은 지켜봐야

2018년 세종시를 찾은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공연단 사진. 자료사진. 

지난 달 국외 연수를 다녀온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이순열) 역시 방문지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같았다. 

다만 충남도 3개 시·군과 달리 세부 방문지에선 차별화를 뒀다. 

싱가포르 탐피니스 허브와 도시재개발청을 방문해 스포츠문화 복합센터와 스마트도시개발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행정수도의 롤모델인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전반적인 도시 운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순열 산건위원장은 의회 기고문을 통해 시와 방문지의 ▲대중교통 분담률 제고 ▲공유자전거 활성화 방안  ▲저비용·고효율의 인공호수 수질 정화 방안 ▲도시개발·인구증가에 따른 도시 형태와 기능 등을 비교, 제시하기도 했다. 

세종시의회 역시 도시 성장에 실질적 보탬이 될 대안 보고서 제출을 숙제로 안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