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제안 게시판 "수사 촉구" 청원 빗발
경찰 “매니저, 근로자 아닌 사업자” 적용 불가 입장

충남 부여군 롯데아울렛 매니저의 자살 사건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국회 '국민제안'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충남 부여군 롯데아울렛 매니저의 자살 사건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국회 '국민제안'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부여=안성원 기자] 충남 부여군에서 발생한 롯데아울렛 매니저 사망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경찰의 '직장내 괴롭힘' 적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보 19일자 부여 롯데아울렛 매니저 숨진 채 발견 보도)

경찰에 따르면, 부여 롯데아울렛의 한 여성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하던 30대 여성 A씨가 지난 19일 오전 9시 4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직원 100여 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직후로 조사됐다. 

A씨는 유서에서 특정 매니저를 가해자로 지목하며 불화 관계를 언급했다. 글만 보면, A씨는 직장내 따돌림에 브랜드 본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고, 극단적 선택까지 결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유서는 온라인상에 유출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일방적인 괴롭힘이 아닌 서로간의 갈등 상황이었고, 본인은 물론 가족 정보까지 SNS에 노출되면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A씨 유서에 거명된 B씨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근거 없는 소문으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며 “신상이 노출돼 가족들까지 고통받고 있다. 악성 댓글에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C씨의 경우 “A씨 죽음은 가슴 아프지만, 우리가 하지 않은 험담을 했다고 추궁하며 매장에서 소란을 피워 A씨를 고발한 상황이었다”며 “내막을 모르는 이들의 악성댓글로 제2의 피해자가 나올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국회 ‘국민제안’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해당 기사에도 같은 성격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들끓는 여론에 실태 조사에 나섰지만, 이번 사건을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하 방지법)’으로 처리하는 데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A씨가 숨지면서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 확보가 어려워 혐의 입증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A씨 유서 유출, 국민제안 게시판 글 등 파장 확산
경찰 “‘직장내 괴롭힘’ 혐의 적용 어려워” 난색

A씨가 근무했던 롯데아울렛 매장 모습. 해당 브랜드 본사는 이번 건에 대해 "답변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A씨가 근무했던 롯데아울렛 매장 모습. 해당 브랜드 본사는 이번 건에 대해 "답변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부여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유서에 언급된 관계자와 주변인을 중심으로 구체적 사실을 확인 중”이라면서도 “조직적인 따돌림 정황이 없고, 사실 확인이 안 돼 범죄로 볼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집단 괴롭힘이 있었더라도, A씨는 법률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방지법’에 따르면,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가 확인될 시 사업주는 가해자를 즉시 징계해야 하고,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문제는 적용 대상이 고용자(사용자)와 근로자이거나, 동일한 고용자로부터 급여를 받는 동료 관계여야 한다는 점이다.

A씨 등 롯데아울렛 매니저들은 브랜드별 본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롯데아울렛은 브랜드 본사와 점포 이용 계약을 체결할 뿐이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각 매니저는 ‘개별 사업자’ 성격을 지니며, 롯데아울렛은 매니저와 동등한 계약관계에 있다. 방지법 적용이 불가능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강희권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매니저와 롯데아울렛은 임금 지급 목적의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방지법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며 “유족의 손해배상채권 청구 방법도 있지만,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피해 증거를 발견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롯데아울렛 관계자는 “고인 사정은 안타깝지만, 이번 건에 개입할 법적 권한과 책임은 없다”며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결과에 따라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본보는 A씨가 근무한 L브랜드 인사담당자에게도 입장을 물었지만 “제가 답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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