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 부속시설에 조성 중인 소통협력공간 조감도. 이 계획에 따라 담장 향나무 등을 적법한 행정절차 없이 무단으로 베어내면서 논란이 일었다.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 일부 공간을 소통협력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면서 미숙한 행정력을 드러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무려 80년 동안이나 대전 선화동 도청사 앞마당을 지켰던 향나무를 무단으로 대거 훼손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대전시였다는 점에서 ‘토박이 시민’들의 상실감이 컸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2년간 소통협력공간 사업을 기획하고 이끌었던 담당 과장은 결국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허태정 시장까지 나서 시민들께 사과하고 철저한 감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약속하고서야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으로 대전시 행정이 톡톡히 망신을 당했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만한 교훈도 함께 남겼다.

대전 원도심 한가운데 상징처럼 자리잡고 있는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에 대해 정작 대전 시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충청남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대전시가 주도적으로 공간 활용에 나설 여지가 있는 것인지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대전 시민들은 옛 충남도청사를 지역공동체 역사를 품은 상징적 시민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충남도와 문체부, 대전시 등 행정기관은 옛 도청사 공간 활용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원 소유주인 충남도는 내포에 마련한 새집과 그 주변을 개발하는 데만 관심이 있지, 대전과 함께 한 80년 세월을 대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새 소유주인 문체부는 대전시민이 이 공간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부처 직원들이 사용할 연수원 시설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엉뚱한(?) 상상에 빠져 있다고 한다.

공간 활용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대전시는 이번 향나무 훼손 사건과 같이 미숙한 행정으로 오히려 주도권을 잃게 됐다. 대전시가 추진하고자 했던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이 특정 시민단체의 주도적 공간 활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시민공간 조성에 대한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시민과 행정이 만나는 접점인 민·관 거버넌스 영역에 극소수 전문가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공간활용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향나무 무단 훼손에서 출발한 논란이 대형 이슈로 급속히 커진 이유는 향나무 훼손이 시민의 감수성을 건드림과 동시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면서 확장된 결과다.

때문에 이번 논란은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공간 활용의 방향타를 돌릴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시민의 뜻을 중앙정부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정부가 던져주는 떡고물만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중앙정부 결정까지도 바꿔 낼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