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일방적 인하 등으로 10억원대 손해배상 요구 승소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공정위 고발 사건도 조만간 공판 예고

삼영기계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삼영기계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삼영기계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삼영기계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기술 유용 피해를 입은 기업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용두 부장판사)는 삼영기계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에 8억 3500만원 및 그에 상당하는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삼영기계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현대중공업의 소위 갑질에 기인한다. 삼영기계와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1월 자재거래기본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에 따라 제품을 납품했으며, 피스톤과 실린더헤드 등 각 엔진 부품마다 개별적으로 납품 계약을 체결해 그 납품 계약에 따라 거래가 진행돼 왔다.

첫 번째 사건은 실린더헤드 납품 과정에서 발생했다. 삼영기계는 기존에 현대중공업에 납품했던 실린더헤드에 하자가 발생하자 현대중공업의 요청에 따라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실린더헤드 113개를 납품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실린더헤드의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그 비용만 2억 9400여만원에 달한다.

두 번째 사건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5년 12월 16일 삼영기계를 포함한 하도급업체 50여곳의 대표들과 가진 협력사 간담회에서 통보한 단가 인하 조치에 따른 것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 등 하도급업체 대표들에게 "단가 인하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 협력업체 및 중국업체와 무한 경쟁을 통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상의 압력과 함께 실적가 대비 10% 인하된 단가로 납품해 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물품의 발주 당시 정한 납기일이 지났음에도 수령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납기일을 변경하는 등 해당 물품 수령 및 대금 지급을 거절하다가 이번 소송이 제기된 뒤 물품을 수령한 뒤 대금 지급도 이뤄졌다.

삼영기계는 하도급거래 모든 품목의 단가를 10% 인하한 것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 위반된다며 벌적 손해배상 차원에서 단가인하로 감액된 금액의 3배인 9억 1500여만원과 실린더헤드 납품 뒤 받지 못한 물품대금 2억 9000여만원, 그리고 물품 수령 지연 등으로 인한 지연이자 7000여만원 등 총 12억 84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단가인하는 삼영기계 등 하도급업체의 동의를 얻어 한시적으로 단행한 것이고, 실린더헤드 물품대금은 삼영기계 측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하자로 인한 귀책사유인 탓에 무상공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들어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또 물품 수령 지연도 상호 합의에 따라 연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 측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법원은 상당 부분 삼영기계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납품단가 인하와 관련, 법원은 현대중공업의 조치가 '정당한 사유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해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판단하고 손해배상 부담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삼영기계가 요구한 9억 1500여만원이 아니라 삼영기계의 피해 규모 및 현대중공업이 취득한 경제적 이득,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 경위와 결과 등을 종합해 5억원으로 결정했다. 특히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규모를 3배는 아니지만 일정부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또 실린더헤드 물품대금과 관련, 113개 중 13개는 현대중공업의 주장을 인정했지만 나머지 100개에 대해서는 "원고와 피고가 하자 발생과 관련해 (무상으로 납품하기로 약정한 것 이외에)다시 협의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미지급 물품대금 청구권은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못해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실린더헤드 100개에 해당하는 2억 6000여만원이다.

마지막으로 물품지연 수령에 따른 손해배상도 "현대중공업의 일방적 납기일 변경이나 수령 거절은 기본거래계약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며 현대중공업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7400여만원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삼영기계 고위 관계자는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인정해 주는 판결을 내렸다"며 "힘의 논리에 영향받지 않고 공정하고 소신껏 판결해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을 고발한 사건은 재판에 넘겨졌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삼영기계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하도급법 위반)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9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2019년 10월에는 현대중공업 법인 및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직원 3명이 약식명령으로 기소돼 현재 대전지법에 계류 중이다.

이 사건도 조만간 법적인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975년 설립된 엔진 부품 전문기업인 삼영기계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 부품 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특히 세계 피스톤 3대 메이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중공업과는 20여년간 협력회사로 거래를 진행해 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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