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전고검 등 국감에서 지역업체 관련 사건 언급
업체 막대한 피해 입고 공정위 고발 사건임에도 약식명령 질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대전에 지역구를 둔 박범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을)이 국감장에서 대전검찰 검사장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질타했다. 지역업체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건임에도 검찰에서 미온적 처분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대전고검과 대전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전국검사장 회의에 대한 질의로 말문을 연 박 의원은 본격적으로 지역과 관련한 질문을 퍼부었다. 박 의원은 강남일 대전고검 검사장과 이두봉 대전지검 검사장을 향해 "지역에 있는 한 업체가 현대중공업과 20년 동안 거래를 해 왔는데 기술자료를 요청해와 기술 자료를 줬더니 (현대중공업이)그 자료를 중국 업체에 넘겼다"면서 "이로 인해 업체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검찰은 임원 3명에 대해서만 약식명령했다. 이게 약식명령할 사안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이 언급한 사건은 지난 7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사건이다. 당시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하도급법 위반)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9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2019년 10월에는 현대중공업 법인 및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유용 피해를 입은 업체가 박 의원이 질의를 통해 밝힌 대전지역 A업체다.

1975년 설립된 엔진 부품 전문기업인 A업체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 부품 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특히 세계 피스톤 3대 메이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중공업과는 20여년간 협력회사로 거래를 진행해 온 상태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제3의 업체와 거래를 하려던 도중 미비점이 발견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A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청했던 것. A업체는 현대중공업의 요청에 따라 기술자료를 넘겨줬고, 현대중공업은 그 자료를 제3의 업체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일이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A업체에 단가 인하 압력을 가했고, 견디지 못한 A업체는 단가를 인하하게 됐고 결국 1년이 지난 2016년에는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

이로 인한 A업체의 피해는 막심했다. 단가인하와 거래중단으로 이어지기까지 A업체는 매출액이 57% 감소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이 579%, 당기순이익이 1156% 급감했다. 반면, A업체의 기술자료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제공받은 업체는 매출액이 173%로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766%와 1136% 급증했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공정위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정당한 사유없는 기술자료 요구 등을 문제삼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에 부과한 9억여원의 과징금은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대해 부과한 최고 과징금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은 A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향후 발주물량을 통제할 것이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이 대전검찰 국감에서 언급한 지역업체의 피해사례는 공정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박 의원이 대전검찰 국감에서 언급한 지역업체의 피해사례는 공정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박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공정위 고발장을 전달받은 뒤 내려진 검찰의 처분이다. 같은 사안으로 경찰에서 2년 동안 수사한 자료를 송치받아 추가로 1년 동안 조사를 벌이고 있던 대전지검은 공정위가 고발한지 불과 한달 만에 현대중공업 임원 3명만 벌금형으로 약식처분했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갑을 관계에서 남의 기술을 편취할 수 있는, 기술 탈취의 전형적인 사례로, 업체 입장에서는 돈 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해 기술 자료를 넘겨 줬다"며 "공정위가 9억원의 과태료를 때린 뒤 고발한 사건인데 검찰에 고발하자 마자 한달만에 약식명령할 사안인가"라고 검찰의 처분을 비판했다.

특히 박 의원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먹고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인데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침해하는 기업은 살아있는 권력과의 싸움처럼 수사해야 한다. 아시겠는가"라며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은 전혀 거론조차 안됐다. 이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같은 박 의원의 질타에 강남일 대전고검 검사장은 "특허나 신기술 관련한 보호 조치는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고, 이두봉 대전지검 검사장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처분을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충분히 검토한 뒤 내린 처분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박 의원은 "경찰이 2년을 수사하다가 혐의 있음으로 송치했고 검찰이 1년을 갖고 있다가 공정위가 고발하니 한달만에 약식명령했다. 이건 곤란하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며 계속해서 추궁했다. 박 의원은 질의시간이 초과돼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2명의 검사장을 향해 A업체에 대한 처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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