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에서 교수보다 직원 조교 학생들 덕에 결선투표 올라

이진숙 교수가 충남대 총장 1순위 후보로 선정되기까지는 1차 투표에서 22%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은 이 교수가 디트뉴스와 가진 인터뷰 당시 모습.

지난달 28일 충남대 총장 선거가 첫 여성 총장 임명 초읽기라는 대역전극으로 끝난 가운데 이진숙 건축공학과 교수가 1순위 후보자로 선정된 것은 교수보다 나머지 구성원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지난 달 28일 열린 충남대 총장 선거에서 1차 투표 당시 득표율 22.55%(총 환산득표 207.99표)로 30.29%(279.32표)를 얻은 김영상 생화학과 교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교수와 김 교수의 합산 득표율이 과반수인 50%를 넘기면서 2차 투표가 결선투표로 진행됐다. 만약 이 교수의 득표율이 20%를 넘지 못했다면 결선투표는 3위를 기록한 송민호 의학과 교수까지 3명이 2차 투표를 진행했어야 했다.

3자 대결로 2차 투표를 진행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1차 투표에서 20% 이상의 득표율은 이 교수 입장에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22% 득표율의 기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번 충남대 총장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치러졌다. 교수와 부교수, 조교수 등 교원 뿐 아니라 일반 직원과 조교,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모두 선거권자로 인정됐다. 확정된 총 선거인 수는 교원 912명, 직원 677명, 조교 186명, 학생 2만 1322명 등 총 2만 3097명이다.

다만 선거권자 한사람 한사람의 표가 동일하게 인정된 건 아니다. 구성원별 투표반영 비율(구성단위별 유효투표수의 반영비율)은 교원 100%, 직원 16.088%, 조교 2.540%, 학생 4.116%로 합의됐다. 즉 교원 1명은 1표로 인정되지만 나머지 구성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선거 이틀전까지 치열한 줄다리기 협상이 진행될 정도로 진통 끝에 막판 합의를 이뤄냈다.

1차 투표에서 이 교수가 2위에 오른 것은 구성원들의 고른 득표 덕분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수들 보다 나머지 구성원들의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912명 중 773명이 투표한 교원의 경우 이 교수는 144표를 얻어 247표를 얻은 김 교수와 153표를 득표한 송 교수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550명이 참여한 직원 투표에서 절반에 가까운 249표를 얻은 데 이어 162명이 투표한 조교들 중에서도 60표를 얻으며 경쟁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또 5559명이 참여한 학생 투표에서도 이 교수는 1455명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냈다.

물론 투표 비율에서 교원에 비해 등가성이 떨어지는 나머지 구성원들의 표였지만 워낙 경쟁 상대들과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면서 22% 득표율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이는 이 교수가 결선투표에서 김 교수를 상대로 극적인 대역전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앞으로 이 교수가 총장으로 임명된다면 이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 교수는 1순위 후보로 선출된 뒤 감정이 벅찬 듯 다소 떨리는 음성으로 "1순위 임용 후보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모든 구성원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면서 "충남대를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대학으로 만들도록 구성원의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 교수는 충남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의 내부 검증과 교육부의 검증을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충남대 역사상 첫 여성 총장이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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