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90] 광역단체 정책설명회 장소 ‘재검토’ 필요

지난 24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충남도 초청 국회의원 정책설명회 모습. 충남도 제공
지난 24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충남도 초청 국회의원 정책설명회 모습. 충남도 제공

‘초청’은, ‘청하여 부른다’는 뜻입니다. 대개 손님을 집으로 부른다는 ‘초대’와 비슷하게 쓰입니다. 손님 집에 가서 집주인을 손님으로 초청하는 건 영 낯설고 어색합니다.

지난 24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 충남도가 지역 국회의원을 초청해 정책설명회를 가졌는데요. 국회의원에게 국회는 ‘집’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곳에서 충남도 공무원들이 ‘방문’이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의원들을 초청한 겁니다. 어찌 보면 ‘주객전도(主客顚倒)’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충남도뿐만 아니라 대전시, 경기도, 강원도 등 여러 광역단체들도 이런 식의 초청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초청하느냐는 ‘문제’가 아닙니다. 과연 이런 행사가 얼마나 행정의 효율성을 기하고,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느냐를 짚고자 함입니다. 이날 행사에 충남도는 양승조 지사와 나소열 부지사를 비롯해 도청 실‧국장이 대부분 참석했습니다. 양 지사를 보좌하는 수행비서와 참모들도 왔습니다. 명칭만 바뀌었을 뿐 존재감은 이전과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중앙협력본부(옛 서울사무소)도 의전행렬에 따라 붙었습니다.

충남도는 이날 정책설명회에 앞서 오후 2시부터 국회도서관에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토론회도 열었습니다. 정책설명회가 오후 5시부터 2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반나절을 국회에서 보낸 셈입니다.

도정 최고 책임자와 지휘부가 국회로 총출동한 동안 행정공백은 불가피했을 겁니다. 특히 최근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한강 이남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에서 도청 수뇌부의 ‘서울행’이 적절했는지 의문입니다. 충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돼지를 사육하는 지역입니다.

물론 이날 행사는 의원들과 사전 조율한 일정이었기에 조정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원들이 다 온 것도 아닙니다. 지역구 의원 11명 중 참석자는 8명이었고, 이마저 의원총회와 상임위 등을 이유로 자리를 뜨면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날을 잘못 잡았군”하고 넘기기에는 행정력 소모가 너무 큽니다. 그간 행사를 봐도 의원들이 전원 참석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그나마 참석한 의원들도 여당은 덕담과 조언, 야당은 훈수와 비판을 하다가 결국은 자기들 지역구 민원 이야기로 빠집니다. 또 본인들 이야기가 끝나면 ‘조용히’ 나갑니다. 이런 현상은 매번 되풀이되는 광경입니다.

광역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만나 소통하고 현안을 논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곧 국비 확보와 지역발전으로 연결되는 교두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공간적 장소가 꼭 ‘국회’여야만 하느냐는 곰곰이 따져볼 일입니다. 충남도가 의원들을 초청한다면 그 장소는 충남도청이어야 하고, 대전시는 대전시청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회의원이 도청과 시청을 드나들 일이 얼마나 자주 있겠습니까. 그런 계기에 청사를 찾아 민원인도 만나고, 직원도 격려하고, 업무 공간도 둘러보며 ‘현장방문’도 겸하는 것이지요. ‘보는 눈’이 많으니 국회마냥 중간에 빠져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시‧도정 컨트롤타워가 굳이 서울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초청’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들릴 것 같습니다. 지역 병원에서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약을 서울 대형병원에 가서 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전시행정’이라는 비아냥거림도, ‘행정공백’ 걱정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지역 현안을 놓고 벌이는 충남도와 의원들의 토론과 의견교환은 더 진지하고, 효율적이고, 생산적일 겁니다.

‘초당적 협력과 공조’. 이런 행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행정과 정치의 초당적 협력과 공조는 보여주기나 눈도장 찍기가 아닌, ‘위민(爲民)’이라는 진정성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지방 광역단체 의원 초청행사 장소의 ‘역발상’을 제안합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