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집회 열고 중학교 신입생 교복 관련 “중소 자영업자 다 죽는다” 호소
설동호 교육감, "실무진에서 논의끝 결정, 정책 뒤바뀌지 않는다"

한국학생복산업협회가 15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중학생 무상교복 현금 지급화'를 외치며 집회하고 있다
한국학생복산업협회가 15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중학생 무상교복 현금 지급화'를 외치며 집회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올해 중학교 신입생들의 무상 교복을 현물 지급으로 결정하면서 교복업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올해만이라도 현금으로 지급해 달라”는 업체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방침 변경 의지를 내보이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학생복산업협회(이하 학생복산협)가 15일 오전 11시 대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에는 ‘엘리트’와 ‘아이비’, ‘스마트’, ‘스쿨룩스’ 등 브랜드 업체의 대리점주와 개인 사업자들이 가입해 있다.

단체 회원 100여 명은 이날 대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학교 신입생에 대한 무상교복 현물 지급 정책을 철회하고 현금 지급할 것”을 요구한 뒤 “이미 생산된 교복 자산의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며 교육청의 일방적 정책에 대한 반대 표명을 분명히 했다.

이들이 교육청을 상대로 단체 행동에 나선 이유는 지난 해 12월 6일 대전교육청이 중학교 신입생의 무상교복 현물 지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고등학교 신입생은 현금으로 지급해 교복을 재량껏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교육청은 “특성화 고교 등 학교 배정이 이른 고교생은 교복을 미리 구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금 지급을 채택했다”며 현물과 현금 지급을 병행하게 된 이유를 댔다.

그러나 교복업계는 이같은 교육청의 정책이 탁상행정이라는 입장이다. 집회에 참여한 교복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규모가 큰) 교복 업체는 4월이면 다음 학년도 수량을 발주하고 8~9월에 기성 교복이 만들어 진다”며 “대전교육청의 예비 중학생 대상 현물 지급이 확정된 12월 6일은 이미 늦었다. 입찰을 통한 현물 지급은 물건 발주 전 통지됐어야 한다”고 교육청의 행정을 질타했다.

대전지점 학생복산협 회원사 ‘엘리트’ 일원이 공개한 교복 자산
대전지점 학생복산협 회원사 ‘엘리트’ 일원이 공개한 교복 자산

실제로 대전지점 학생복산협에 등록된 브랜드 ‘엘리트’의 교복 자산은 32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엘리트 뿐 아니라 나머지 교복 업체들도 이미 지난 연말까지 올해 중학교 신입생들의 수요를 대비해 교복을 이미 제작해 놓은 상태였다.

무상교복을 현물 지급으로 실시하고 있는 다른 지역은 이런 사실을 미리 공표해 지역 교복 업자들로 하여금 수량 발주를 취소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청은 너무 늦게 중학교 신입생들에 대한 현물지급을 결정하면서 업계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이미 교육청에 120억 원 가량의 교복이 생산 제작돼 있으니 올해만이라도 중학생에 대한 무상교복을 현금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교육청은 조례안도 없이 임의대로 현물 지급 결정했다"면서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업계는 재산적 손해를 입을 뿐 아니라 학부모나 학생들은 교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학생복산협은 집회 이후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으나 출장 등 사안으로 불발됐다. 부교육감, 장학관 등이 참석한 상태로 일부 업체 회원과 이루어진 협의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오후 9시가 되어서야 “16일 3시 30분 교육감 면담”을 확정 짓고 종결됐지만 일부 회원들은 대전교육청 회의실에 남아 밤을 새웠다.

교육청에서 밤샘 농성이 이어지는 사이 현장에서 만난 대리점 업주 A씨의 사연은 너무도 절박했다. A씨는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마친 남편과 함께 교복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청의 중학교 무상교복 현물 지급 사태로 9억 원 가량의 교복 자산이 빚으로 남게 됐다고 한다. 결국 A씨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감정에 복받쳐 결국 눈물을 보였다.

A씨 뿐 아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교복 판매가 줄을 잇는 시기인 ‘교복철’을 제외하면 학생이 한 명도 방문하지 않는 날도 부지기수”라며 "그러나 넥타이 하나 사러 오고, 단추 하나 꼬매러 오는 학생들 때문에 열어 놓는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점주들은 이제 곧 닥칠 ‘교복철’을 기다리며 들인 월세와 월급 등 비용이 창고에 쌓인 교복과 함께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16일 교육감 면담에 참여한 6명 업체 대표를 제외한 학생복산협 회원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6일 교육감 면담에 참여한 6명 업체 대표를 제외한 학생복산협 회원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전교육청의 중학생 무상교복 현물 지급 정책이 올해 이루어지려면 최소한 120억 원 규모의 교복자산은 ‘버려지고’ 비슷한 규모의 새 교복이 만들어져야 한다. 16일 오후 3시 30분 진행된 교육감 면담에서 학생복산협은 비합리적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 언급했다. 

업체들의 불만에 교육청도 “너무 늦게 발표한 것이 맞다”고 일정 부분 인정했지만 대안은 없었다. 업계 추산 120억 원 가량의 교복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됐다는 것이 이날 집회를 벌인 업체들의 주장임에도 교육청은 이미 결정된 정책은 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실무진과 충분히 논의하여 진행한 법안이기 때문에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설동호 교육감도 업체들과의 면담에서 "실무진이 충분히 논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처리되지 않는 한 정책이 뒤바뀔 일은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 학생복산협은 “납득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향후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전지역의 중학교 배정일은 오는 25일이다. 대전교육청과 학생복산협간의 갈등은 ‘현재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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