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일이 없는 데도 범인으로 몰리고 있다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더구나 누명 때문에 큰 피해를 보게 생겼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에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그 후보는 최선을 다해 해명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내 잘못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가져와 봐라”는 식의 소극적 대응을 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에게 제기되고 있는 ‘발가락 절단에 의한 병역 면제 의혹’에 대해 민주당 측은 “의혹 제기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 문제는 그동안의 언론보도와 TV토론 등을 보면 허 후보가 의혹을 사게 돼 있다. 당사자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발가락 절단이 병역 기피와 관련 있다고 의심할 것이다.

허 후보의 주장처럼 공사장에서 생긴 사고였다면 산재처리 증명서로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산재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다 허 후보가 이 문제가 불거질 때 “89년의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부분도 의혹을 키웠다. 그 뒤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으나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이 문제는 의혹을 제기하는 쪽보다 의심을 받고 있는 허 후보 쪽에서 더 적극 나서야 할 입장이다. 마땅한 반박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사고 경위라도 최대한 설명해 주는 게 의혹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방법이다.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해도 당시 사고현장에 누구의 소개로 어떻게 가게 되었으며 어떤 일을 하다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등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산재 처리가 안 되었다고는 해도 사고 직후 산재처리 여부를 알아는 봤을 것이고, 그 과정에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당시 일을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설명하고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라도 이를 증언해 준다면 납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허 후보의 발가락 문제는 ‘장애인 등급’ 판정문제까지로 번진 상태다. 허 후보가 지난 2002년에 장애인 6급 1호 판정을 받았다고 하는데, 관련 규정상 엄지손가락이 없어야 받을 수 있는 판정이다. 그런데 허 후보는 발가락 결손인 데도 어떻게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허 후보 측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

허 후보가 발가락 문제를 충분히 해명해야 할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발가락 문제는 이번 선거만 넘기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만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당선된다면 그 후가 오히려 더 문제다. 시장이 의혹을 그대로 떠 앉은 상태에선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수천 명의 대전시 공무원과 150만 시민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시장으로서 리더십 훼손은 무엇보다 큰 문제다. 발가락 문제는 허 후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충분한 해명이 없다면 설사 바람으로 당선될 수는 있어도 제대로 된 시장 노릇이 어려울 것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