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담당공무원 H씨 “당시에 업무 많아, 확인 못했다”  
허 후보측 해명 “과거, 그런 관행이 있지 않았나 추측”
장애인단체 “소시민은 장애인구역 주차도 부끄러워하는데...”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가 2002년 ‘허위 장애인 등록’과 관련해 연거푸 해명을 하고 있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황당한 논리 때문에 적폐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심지어 2002년 허태정 후보의 장애등록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조차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동의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 

엄지발가락 1개가 없는 허 후보는 지난 2002년 ‘6급 1호’ 장애판정을 받았다. ‘6급 1호’는 엄지손가락 1개가 없는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판정으로, 관련 법규상 허 후보는 절단장애 최하등급인 ‘6급 4호’에도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잘못된 장애인 등록으로 16년을 지내면서, 그 중 8년을 장애인 등록업무 감독권자인 구청장으로 재직했다는 점에서 도덕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지역 장애인단체가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박성효 자유한국당 후보 등 경쟁후보측이 자질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다.  

허 후보측은 5일 공식적으로 “당시 장애인진단을 내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의사가 복지부 근거를 갖고 판단해, 그 결과지(장애진단서)를 봉인한 뒤 신청자에게 교부, 이를 관계기관(당시 시군구청)에 제출하게 돼 있다”며 “봉인은 기초단체 담당자가 해제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허 후보측은 또 “전문의가 의학적 소견으로 장애진단을 내린 것을 동사무소 담당자가 장애등록을 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행정절차에 따라 장애등록을 한 것이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재판정 등 새로운 절차 이행을 요구하면 허 후보는 성실히 응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법규상 잘못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허 후보가 의료인과 동사무소 담당자 탓만 할 뿐, 자신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02년 허 후보가 장애인 등록을 했던 곳은 대전 서구 도마동이다. 당시 장애인 등록 업무를 담당했던 현 서구청 직원 H씨는 허 후보의 잘못된 장애판정과 관련해 “당시 사회복지 업무가 너무 많아 일일이 서류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며 “전적으로 의사의 소견을 신뢰해, 등록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무상 잘못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H씨는 “그때 엄청난 업무량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H씨에 따르면, 당시 장애인 등록을 원하는 민원인은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진단서 2부를 발급 받았다. 1부는 병원이 보관하고 나머지 1부는 밀봉된 상태로 민원인이 동사무소로 직접 들고 왔다. 그러나 민원인에게 장애등급 정보를 감추기 위한 밀봉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H씨는 밀봉의 이유에 대해 “진단서에 가필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혹시 민원인이 진단서에 등재된 장애등급 숫자를 위변조할 가능성이 있기에 밀봉을 원칙으로 했다는 것. “민원인이 자신의 장애등급을 모른 채 등록업무가 진행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H씨는 “병원에서 의사의 진단을 받는데 어떻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수의 사회복지 공무원들에 따르면 1988년 처음 시행된 장애등급제는 2007년 국민연금공단이 일괄적으로 장애등급을 판정하기 전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민간병원의 의료인이 장애등급을 판정하기에 의료기관과 민원인 사이에 브로커가 끼어들거나 금품이 오고가는 온갖 부정의 여지가 많았다는 것. 빙산의 일각이었겠지만 적발사례도 끊이질 않았다.  

허태정 후보측은 이 같은 과거의 문제를 직시하고 허위 장애등급 판정에 대해 공인으로서 사과하는 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관행’을 언급하며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 후보측은 “최근 유성구에 정보공개를 통해 장애 등록현황을 살펴본 결과 하지절단 장애인이 손가락과 관련 있는 6급 1, 2호에 등록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른 자치구와 보건복지부에도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장애등급 부여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 캠프는 이어 “이 자료를 보면 과거 등록절차가 강화되기 이전에는 장애 판단 시 전문의가 상지손실 기준을 하지에도 적용하는 관행이 있지 않았나 추측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해명을 전해들은 지역 장애인단체 관계자 A씨는 “허태정 후보측이 이야기하는 ‘과거의 관행’이란 것이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적폐’의 다른 말 아니냐”며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집권여당의 대전시장 후보가 맞냐”고 반문했다.  

A씨는 “평범한 소시민들은 정말 급한 일이 있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자동차를 주차했다가 적발되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데, 가짜 장애등급을 받고 16년 동안이나 살아온 높으신 양반은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수 천명 대전시 공무원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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