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당권 도전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당 바깥에서 만든 원심력을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겠다는, 고도의 ‘아웃복싱’ 전략으로 읽힌다. 그 상대는 더불어민주당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친문(親 문재인)세력과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석된다.

안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친문계의 노골적인 견제와 공세에 힘겨운 승부를 벌였다. 당 안팎에선 본인 스스로 ‘우측 깜박이’를 켜 공격의 빌미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대연정’ 논란이다. 당시 안 지사는 “저의 분명한 소신”이라며 “어떠한 선거 공학적 접근도 고려된 게 없다”고 항변했지만 당내 거부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안 지사는 ‘문재인 대세론’에도 경선 2위에 오르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 발판을 놓았다. 이후 지난해 연말 도지사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도 상정해 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안 지사의 다음 행선지를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한 당내 진입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려면 무엇보다 지난 경선에서 절감한 ‘조직력’을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당내 주류 세력들은 안 지사의 ‘분명한 소신’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안 지사 역시 모를 리 없다. 때문에 상대를 향해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인 파이팅’ 보다 원거리에서 거리감을 좁혀가는 ‘아웃복싱’ 전략을 구사하려는 모양이다.

그는 현재 지방정부 대표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는 스위스로 날아가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왕왕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그는 21일 스위스 도착 이후 출장지에서 보낸 첫날 감상을 적어 올렸다.

그는 “1990년대의 슬로건인 ‘생각은 세계적으로 실천은 지역에서’라는 말은 역으로 ‘지역에서 고민하고 세계적으로 실천하자’로도 해석되어야 한다”며 ‘시장의 다변화’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신 남방정책이 옳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외교 정책과 전략도 언급했다. 다분히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민주정부의 ‘차기 승계자’로서 이미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문 대통령이 ‘보복정치’를 주장한 이명박 전 대통령 성명에 ‘분노’를 표출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고 편 들었다.

최근 일련의 안 지사 행보를 보면 누구보다 본인이 ‘진짜 친문’이란 점을 강조하려는 어감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당권 도전을 앞두고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당내 친문 세력을 향한 ‘화해의 메시지’, 내지 진정성을 어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선 경선 전후 전국을 돌며 진행 중인 자치분권 특강을 비롯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외교무대 등 외부에서 전력을 보강해 당내 연착륙하려는 점진적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그가 현직에 있다는 점에서 밖으로만 돌려는 도지사를 도민들이 어떻게 바라볼 지 감안한 행보가 필요해 보인다. 정치인에게 있어 5개월은 꽤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