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특집] 더브이FC 여성풋살동호회
20~40대 여성 주축, 세종시 첫 대회 개최

세종시 더브이FC 여성 풋살 동호인들이 공을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황상희, 김연경, 김미진 씨. 한지혜 기자.
세종시 더브이FC 여성 풋살 동호인들이 공을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황상희, 김연경, 김미진 씨. 한지혜 기자.

[한지혜 기자] 116년 전, 여성들은 빵과 장미에 빗대 생존과 존엄을 외쳤다. 시간이 흘러 이제 이들은 공과 유니폼을 허하라는 발랄한 요구를 하고 있다. 풋볼계를 휩쓸고 있는 여성 동호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제1회 세종시 여성 풋살대회가 오는 10일 세종중앙공원에서 열린다.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여성풋살팀 ‘더브이FC’가 제116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획한 대회다. 이날 총 6개 팀이 실력을 겨룬다.  

‘더브이FC’는 엘리트 축구 코스를 밟아온 김주원 감독이 이끄는 동호회로 이미 전국 동호인 대회 우승과 준우승을 여러 번 휩쓸었고, 20대부터 40대까지, 미혼 여성이 대다수 활동 중이다.

이번 대회를 기획한 엘리트 태권도 선수 출신 주장 김연경, 정부부처 공무원 김미진, 스포츠·아웃도어 백배킹 유튜버 황상희 씨 등은 모두 90년생 또래다. 지역에 대회가 없어 전국을 전전하다 “없으면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소식을 들은 동호인들은 현수막부터 구장 예약, 협찬까지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이들은 “지역에 여성 풋살대회가 없다보니 타 지역 대회에서 세종시 동호인들을 많이 만난다”며 “서로 응원하고 격려해주며 좋은 관계를 쌓아오다 보니 이렇게 대회까지 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도 이들의 열정에 응답했다. 세종시여성기업인협의회와 ㈜힙컬이 대회 후원자로 나선 것. 특히 세종에 연고를 둔 세종스포츠토토여자축구단은 유니폼, 사인볼 협찬과 함께 대회 시축까지 맡기로 했다.

주장 김연경 씨는 “첫 대회에 관심을 가져준 지역사회와 스포츠토토여자축구단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여성 풋볼, 여성 축구 활성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딪히고 깨져도 다시 운동장으로

더브이FC 동호인들이 지난해 열린 청양군수배 풋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브이FC 제공.
더브이FC 동호인들이 지난해 열린 청양군수배 풋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브이FC 제공.

정부부처 공무원인 김미진 씨는 3년 전 세종으로 이주한 뒤 동호회에 가입했다. 일주일 중 가장 가슴 뛰는 순간은 매주 일요일 저녁,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설 때다.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발목이 꺾이는 큰 부상도 종종 발생하지만, 두려움보단 도전 정신이 더 앞선다.

김 씨는 “SBS 예능 골때녀(GOAL 때리는 그녀들)를 보면 여성들이 부딪히고 쓰러지고, 때론 포효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며 “실제 경기를 뛰어보니 실력은 잘 늘지 않고, 공만 보면서 상대팀도, 우리팀도 못 찾는 일이 다반사다(웃음). 그래도 열심히 뛰며 땀 흘리는 저와 팀원들을 볼 때 우리가 조금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또 “감독님이 ‘꾸미는 여자보다 꿈 있는 여자가 멋있다’는 말을 하셨는데, 당시엔 조금 느끼한 명언이라고 생각했지만, 화장기 하나 없이 땀에 젖은 팀원들을 보면 잘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유튜버 황상희 씨의 삶은 풋살이 중심이다. 그는 “오죽하면 헬스장 개인 수업에서도 ‘축구 잘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할 정도”라며 “짬이 나면 밖에서 공 한번 차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대회 때 남편이 구경왔는데 ‘이들은 정말 진심이구나’ 놀랐다고 한다(웃음)”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기량을 뽐낼 무대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 이번 첫 대회를 계기로 풋살이라는 운동과 동호회 활동의 매력을 널리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첫 대회는 소소하게 우승컵만 준비했지만, 내년에는 상금이 걸린 대회로 키워보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이들은 “여성 풋살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경기장 확보, 대회 개최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열심히 배웠는데 뽐낼 곳이 없어 매번 타 지역으로 경기를 나가는데, 세종시 동호인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끝으로 이들은 “당차고 주체적이면서 순수한 열정이 있는 여성들을 만난 것이 우리에겐 큰 행운”이라며 “용기 주시는 감독님, 헌신적인 코치님과 함께 서로의 열정에 감동하는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용기 내 문을 두드려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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