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니언 시리즈 2] 농다리에서 초평호까지 이어지는 시간과 역사의 얼굴들

충북 진천 농다리의 겨울 풍경. 20240201.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충북 진천 농다리의 겨울 풍경. 20240201.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진천=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충북 진천 농다리엔 천년의 시간이 스며있다. 과거와 현대를 잇는 다리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면, 흐르는 물길 따라 시간도 아스라히 겹쳐진다. 

시간이란 무게 때문일까. 고려 초엽 시대 권신, 임연 장군이 놓았다 전해지는 이 다리는 지난해 유래 없던 수해에도 용케 살아남았다.

돌다리 견고함에 특이한 축조술, 눈부신 주변 경관까지 각광받아 진천군의 새 관광명소로 터를 다지고 있는 곳.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는 이곳을 찾아 시간 속을 거닐었다. 

관람객들이 진천 농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관람객들이 진천 농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국내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의 면면

진천군 문백면 굴티마을 앞에 자리 잡은 '농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다. 

붉은 돌을 쌓아 28칸으로 축조한 교각으로, 길이는 93.6m, 폭 3.6m, 교각 1.2m. 현재 지방유형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다. 

다리에 도착하면 특이한 축조 방식에 놀란다. 얼핏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돌무더기나 지네 형상처럼 보이기 때문.

투박한 겉모습을 찬찬히 보면 일정한 규칙성이 보인다. 큰 돌을 쌓고 그 사이에 작은 돌을 끼워 넣는 과학적 방식으로 무려 천년이란 세월을 이겨냈다. 

'농다리'의 해석도 흥미롭다. 물건을 넣고 다니는 도구의 ‘농(篝)’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고려시대 임연 장군이 효녀를 위해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도 품고 있다. 

진천 농다리를 흐르는 세금천의 겨울 풍경.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진천 농다리를 흐르는 세금천의 겨울 풍경.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진천 농다리 너머 겨울 숲에서 만난 다람쥐.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진천 농다리 너머 겨울 숲에서 만난 다람쥐.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농다리 너머 펼쳐진 자연의 수려함

한 발 한 발, 농다리 너머로 발길을 옮긴다. 세금천의 물길이 겨울 햇살을 받아 윤슬을 빚어낸다. 

바위틈으로 포착되는 다람쥐의 움직임이 과거의 시간 속으로 안내한다. 그건 바로 살고개 바위의 장수와 말 발자국이다. 장수들이 농다리를 놓기 위해 말로 돌을 운반하던 흔적이 화살표 아래 남아있다. 

다리 너머에는 1.7km의 트레킹 코스가 펼쳐진다. 농암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언덕길 너머에는 야외 음악당과 초평호의 시원한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풍경을 낚는다'는 수식이 어울리는 초평호엔 겨울 오리 떼가 고단한 몸을 웅크리고 있다. 

진천 농다리 너머엔 초평호가 파노라마처럼 드리워져 있다. 초평호 하늘다리와 그 아래 오리떼가 웅크리고 있어 진풍경을 자아낸다.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진천 농다리 너머엔 초평호가 파노라마처럼 드리워져 있다. 초평호 하늘다리와 그 아래 오리떼가 웅크리고 있어 진풍경을 자아낸다.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오는 상반기 공개 예정인 초평호 제2하늘다리가 얼어붙은 초평호 위에 놓여져 있다.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오는 상반기 공개 예정인 초평호 제2하늘다리가 얼어붙은 초평호 위에 놓여져 있다.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초평호에 드리워진 하늘다리, 그리고 확장성

초평호 수평선에는 두 개의 선이 드리워져있다. '하늘다리'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첫 번째 하늘다리를 걸으니 고요한 겨울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들리는 것은 철새와 나뭇가지의 움직임 뿐. 고즈넉한 정취가 마치 신문명이 들어서기 전, 과거의 어느 장소로 데려다 놓은 것 같다. 

곳곳에 붙어있는 현수막을 보니 개발 붐이 들이닥쳤다. 진천 관광인프라 사업의 일환으로 '제2하늘다리'가 조성되고 있는 것.

푸른색을 입은 두 번째 하늘다리는 이미 초평호에 조성, 올 상반기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또 농다리 관광명소화 사업으로 전시관과 먹거리 타운 조성도 예정됐다. 

모쪼록 오랜 역사와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발이 덧대어 지기를. 

돌아서는 길, 백로 한 마리가 흰 날개를 퍼덕인다. 마치 과거의 시간 속에서, 현재를 향해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라도 하는 양. 

진천 농다리 주변은 수려한 자연으로 둘러쌓여 있다. 모쪼록 천년의 역사와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발이 덧대어 지기를 희망한다. 사진은 농다리 주변 세금천에 날갯짓을 하고 있는 백로.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진천 농다리 주변은 수려한 자연으로 둘러쌓여 있다. 모쪼록 천년의 역사와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발이 덧대어 지기를 희망한다. 사진은 농다리 주변 세금천에 날갯짓을 하고 있는 백로. 사진=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진천 농다리와 초평호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의 세금천에 놓인 다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상산지(常山誌)'(1932)에 따르면 고려초기에 축조됐다고 기록돼 있으나 정확한 형성 시기는 알 수 없다. 비슷한 예가 없는 특수한 구조물로 장마에도 유실되지 않고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농다리를 건너면 초평호가 나오는데 이는 미호천 상류를 가로막은 영농저수지다.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전국에서 손꼽히는 낚시터로 유명하다.

■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일대

■ 농다리 축제 매년 5월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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