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일곱번째 이야기] 체감할 만한 변화·혁신 없인 총선 못 이겨

이상민 의원(왼쪽)과 김종민 의원.
이상민 의원(왼쪽)과 김종민 의원.

프로야구 ‘해태 왕조’를 만든 김응용 감독. 그는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눌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팀을 이끌었던 투타의 주축 선수 부재를 아쉬워한 표현이다. 어쩌면 총선을 석 달 앞둔 더불어민주당 상황과 어울릴 법하다. 

5선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과 재선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재명 대표 당 운영이 자신들의 정치 철학에 부합하지 않은 데 따른 실천적 행동이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김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와 손잡고 신당 창당을 궁리 중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공천 못 받을 것 같으니까 나갔다”라며 손절했다.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은 지난 9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이 총선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신당도 “명분도 가치도 없으며,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어제의 동지(同志)가 오늘의 적(敵)이 된 장면이다. 5선과 재선 의원의 이탈은 민주당으로서 손해인 건 분명하다. 당장 국회의원이 ‘0’이던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이상민 의원 입당은 국회의원 1석 이상 의미를 갖는다”(10일 논평)라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충남 역시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11석 중 6석을 확보하며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지만, 박완주 의원(무소속. 천안을) 이탈로 5대5로 대등해졌다가 김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4대5로 역전됐다. 
 
다만, 이 상황이 민주당에 꼭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지층과 당원을 결집하고, 민심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회의 바탕은 두 의원이 민주당을 나가면서 한 말에 있다. 바로 ‘변화’와 ‘혁신’이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두 의원이 해태 ‘선동열’과 ‘이종범’급은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만만치 않은 도전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두 의원 탈당으로 ‘자동 물갈이’는 했을지 모르나, 신진 인사 기용의 폭을 보다 넓혀야 지역 민심이 움직이리라.

정책발굴 역시 남은 시간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이다. 지난 선거에서 써먹은 공약을 재탕, 삼탕 우려먹으려고 했다간 역으로 먹히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태는 선동열과 이종범이 빠졌을 때도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건 바로 승리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원팀’으로 똘똘 뭉치고,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김이 남기고 간 숙제를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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