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연희 관장·박수진 부장, 센터 역할과 활동 소개

충남 아동자립지원전담기관의 승연희 관장(왼쪽)과 박수진 부장.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년들의 사례를 발굴해 이들의 정서·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김다소미 기자. 
충남 아동자립지원전담기관의 승연희 관장(왼쪽)과 박수진 부장.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년들의 사례를 발굴해 이들의 정서·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김다소미 기자. 

[내포=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대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면 막연한 불안이 들기 마련이다. 처음 해보는 일과 새로운 환경이 익숙하지 않아서다. 출발 환경은 각자 다르지만,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한다. 

누군가는 주변 사람들의 축하와 격려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을 때, 다른 한 쪽에선 작은 고민도 쉽게 나누지 못하는 청년들이 있다. 

청년들의 정서·경제적 자립을 돕는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아동자립지원기관의 승연희 관장과 박수진 부장을 지난 30일 만났다. 

이날 만난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따뜻함이 배어있었다. 갓 사회 구성원으로 나선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마주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엄마 마음' 때문인 듯 싶었다. 

기관은 국가 제도가 자립준비청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엄연히 민간 영역에 속해있는 기관이다.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성을 띠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기관이 위치한 건물에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공간(이음)도 함께 위치해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 지원은 대기업 삼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이뤄졌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내부와 건물 외면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다소미 기자. 
기관이 위치한 건물에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공간(이음)도 함께 위치해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 지원은 대기업 삼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이뤄졌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내부와 건물 외면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다소미 기자. 

아동보호 기관 종료 후 ‘5년간’ 자립 지원
충남도, 전국 처음으로 아동 심리지원사업 펼쳐 

기관은 가정형편, 학대 등의 이유로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낸 청소년들이 18세가 되면 보호 종료가 된 후 연계되는 기관이다. 

18세부터 향후 5년 간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과 지원 등으로 자립을 훈련한다. 이들에게는 주거·학업·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자립 훈련 핵심. 

승 관장은 “충남도가 2017년도부터 독자적으로 15세 이하 아동들에게 심리지원사업을 해왔다. 이때부터 쌓인 사례나 통계들이 충남 정책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부임한 승 관장은 이곳에 취임하자마자 ‘통계·데이터화’를 강조했다. 

박 부장은 “관장님이 오셔서 데이터베이스화를 하니, 각 시도에 자립준비청년들이 얼마나 분포돼 있고, 적용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객관적 판단이 가능해졌다”며 “이는 곧 정책의 확대 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에서는 자립준비청년 109명이 자립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안정적 주거 환경, 경제적 자립을 위한 훈련 욕구가 많다. 기관 제공. 
기관에서는 자립준비청년 109명이 자립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안정적 주거 환경, 경제적 자립을 위한 훈련 욕구가 많다. 기관 제공. 

양육시설 입소 아동 80%가 ‘관심군’ 
민간 법인, 강제성 없어 현실적 한계도 

‘아동심리지원’도 굉장히 중요한 기반이 된다. 자립준비청년기관으로 연계 전, 양육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진행한 결과 80%가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경계성 지능 장애, 발달장애, 학대로 인한 정신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시설에 머무르게 되면서 보호 대상의 폭도 넓어졌다. 다만 원인별로 세세하게 보호받고 양육받아야 함에도, 시설 부족으로 세세한 사례관리가 어려운 현실이다. 

승 관장은 “자립준비청년들도 정서·심리 검사를 진행한다”며 “심리가 불안하면 이들에게 지원되는 정책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충남은 집중적인 도시 형태인 대전과 달리, 영역이 넓게 분포돼 있다. 시·군 단위로 지역 특성과 자원에 따라 불균형이 분명 존재한다”며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고 가능한 도움이 필요한 모든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골고루 서비스를 제공하게 만드는 게 우리 일”이라고 부연했다. 

승 관장과 박 부장은 “도움이 필요해도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청년들이 무수히 많다”며 “최대한 많은 청년들을 발굴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거·학업·일자리, 그리고 ‘여가’ 
“정서적 자립해야 경제적 자립도 의미있어”

기관이 현재 관리하고 있는 청년은 올해 연말 기준으로 109명이다. 이 청년들의 가장 필요로 하는 자립 1순위는 ‘주거’다. 

센터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임차료를 내지 않고 최대 2년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1인용 주거공간(청년이음센터)을 제공하는데, 그 뒤에는 삼성전자 임직원의 후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이 있다. 

청년들은 안정적 주거를 보장받으며 자립생활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울 수 있는 진로, 학업, 일자리 등을 센터와 고민하고 결정한다. 

박 부장은 이 모든 요소도 중요하다면서도 ‘여가’ 지원을 재차 강조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 진행시 단체, 시설 생활을 하다보니 개인의 목소리보다는 공동 의견을 따라야하는 상황이 많다”며 “그럴 경우 일부 청년들에게는 공허함과 위축감을 해결할 수 있는 의지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도 진단했다. 

박 부장은 이어 “개인의 여가와 취향을 존중하면서 정서적 자립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개별 프로그램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며 “본인 의지대로 살 수 있도록 훈련하는 하나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승 관장도 “공동의 의견이 모아져 여건 상 내가 하기 싫은 프로그램을 소화할 때 나 자신이 흥미를 못 느꼈다면 올바른 여가 선택법인가 반문하게 된다”며 “중요한 건 진정한 사고 자립을 위해 이들  개인의 목소리를 건강하게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 관장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사회 보살핌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여러명의 청년을 마주할때마다 기특하다고 말한다.  막상 사회에 나가보니 '위축감'이 들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엄마의 마음으로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다소미 기자. 
승 관장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사회 보살핌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여러명의 청년을 마주할때마다 기특하다고 말한다.  막상 사회에 나가보니 '위축감'이 들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엄마의 마음으로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다소미 기자. 

대기업·중앙부처 취업하고 대학 진학도
“자립청년이라고 특혜 받아선 안돼”

이 기관을 퇴소한 청년들은 대기업과 중앙부처에 취직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부는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고, 가끔 서로 만나 안부를 묻고 식사를 나눈다고 했다. 

승 관장은 “최근 중앙부처에 청년보좌역으로 취업한 청년이 있다. 후배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자신의 상황과 환경을 설명해주며 ‘나는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간다’는 삶의 태도를 전파하고 있다. 기특하다”고도 했다. 

승 관장은 또 “물론 모두가 성공 사례만은 아니다. 여전히 심리적 위축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청년들도 있다”며 “자립청년이라고 무조건적인 특혜를 받아서도 안된다. 세상을 굳세게 살아나갈 수 있는 지지와 격려가 이들에겐 최고 어른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기관 종사자 ‘처우개선’ 필요..‘자긍심’으로 버텨
단순 전달자 아닌, 복지 주체 되도록 이끌어야

최근 충남도에서는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처우 개선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승 관장도 “내가 다니는 직장에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그게 곧 일의 원동력”이라며 “무한한 자원과 청년들을 접목시키는 게 우리 역할이고 우리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복지 정책이 왜 필요하고 만들어졌는지 종사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매번 ‘우리 직원들 직장 만들어주려고 정책이 탄생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며 “계획과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면서 청년들과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아야 진심으로 복지업무를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승 관장은 끝으로 “단순 지원정책 전달자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꿔본다는 일념으로 이 업무의 주체가 돼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며 “충남형 보호부터 자립까지 맞춤형 자립지원통합서비스 구현을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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