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세번째 이야기] 정치가 국민적 동의와 합의 리딩해야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청 유치에 의지를 밝히고 있다. 충남도 제공.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청 유치에 의지를 밝히고 있다. 충남도 제공.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처음 40만 명 밑으로 내려갈 거란 뉴스를 접했다. 저출산의 공포를 실감할만한 소식이다. 저출산은 곧 대학이 무너진다는 소리고, 군대가 무너진다는 소리다. 나아가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서 가히 충격적이다. 

지방소멸을 위한 메가시티는 진척이 없고,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을 총선 뒤로 던져둔 상태다. 인구는 급감하는데, 오른쪽 주머니에서 빼 왼쪽 주머니로 넣는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대전에서 살다 금산 가서 살아야 별 의미 없듯이. 

‘냄비 속 개구리’처럼 데워지는 줄 모르다 ‘국가소멸·지방소멸’이라는 비극을 맞을 것인가. 먹히지도 않는 일·가정 양립 같은 허울뿐인 정책보다 실용적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대안 중 하나가 이민 정책이다. 물론 여기에는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단일국가·단일민족이라는 배타적 민족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격동의 현대사를 거쳐오면서 우리보다 후진국을 ‘못 사는 나라’로 얕잡아 보는 경향도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러나 ‘국가소멸’이라는 대위기 앞에 관념의 틀을 벗을 때가 왔다. ‘저출산 선배’인 유럽은 이미 이민 정책을 쓰고 있다. 이민 정책에 배타성이 강한 일본도 저출산·고령화에 2019년부터 외국인 이민 정책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이 ‘바텀 업(Bottom-up)’이어야지, ‘탑 다운(Top-down)’으로는 곤란하다. 지방자치와 관련해서 풀어야지, 중앙정부가 손을 대면 댈수록 ‘비효율’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할 뿐이다. ‘이민청(廳)’의 경우가 그렇다. 적어도 광역 정부에서 의견을 수렴하면 어떻게 접근할지 나올 텐데, 위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밑으로 내려보내는 접근은 말도 안 된다. 

지방자치 권한을 아래로 내려보내 문제 해결을 실험하고, 중앙은 그 결과를 모아가면서 전국에 확산하도록 연결만 해주면 된다. 그런 틀도 안 나온 상태에서 중앙부처에 자리 하나 만드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는 얘기다. 

농업지역 충남을 예로 들어보자. 충남도는 지방 산단과 농업과 관련해 해외 인력을 어떻게 쓸지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부여군이 중앙아시아와 하는 교류 프로그램도 하나의 사례다.

그런 사례를 발굴해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태흠 지사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천안·아산에 이민청 설립을 위한 범도민유치추진위 구성을 밝힌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지역은 가사인력, 요양 인력, 첨단 산단 인력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맞춤형 정책이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사람이 부족한 문제는 예측가능한 일이다. 자연적 인구 증가로 지방 활력을 도모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단계적 추진할 때가 됐다. 

국가 백년대계를 준비한다면, 정치권이 나서 이민청 같은 의제를 발굴하고 토론해야 한다. 사회시스템 붕괴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달린 시급한 문제거늘, 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당장 내년 총선에서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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