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이장우 시장 ‘건국 100주년’ 발언에 담긴 의미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7월 열린 '대전 미래전략 2050 그랜드플랜' 중간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 제공.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7월 열린 '대전 미래전략 2050 그랜드플랜' 중간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 제공.

민선8기 이장우 대전시장의 ‘미래전략 2050 그랜드플랜’ 사업이 ‘2048 그랜드플랜’으로 수정됐다. ‘건국 100주년’을 기념하겠다는 의미이나, 현 정부 들어 다시금 불붙은 역사관 논쟁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시장의 핵심 공약인 ‘2050 그랜드플랜’이 ‘2048 그랜드플랜’으로 바뀐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그는 지난달 16일 <뉴스1> 대전충남취재본부 주최 ‘제2회 뉴충청리더아카데미’ 특강에서 “2048년은 건국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기존 수립 중인 ‘대전 미래전략 2050 그랜드 플랜’을 ‘2048 그랜드 플랜’으로 수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열린 이택구 전 대전시 행정부시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도 “2048년은 건국 100주년”이라며 “건국 100주년을 맞아 대전이 '대한민국 G2'로 나아갈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는 청문회 전 서면답변에서 대한민국 건국일이 1948년 8월 15일이라고 밝혀 ‘뉴라이트 역사관’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열린 청문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를 추궁하자 궁색한 해명을 내놨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이 아닌 ‘정부 수립일’이라고 정정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1948 건국론’에 대한 즉답을 회피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을 건국하신 분’으로 평가해 뉴라이트 사관과 궤를 같이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1948 건국론’ 주장이 다시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때, 대전시정에서도 동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건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이 시장은 8일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 중 그랜드플랜 사업명 수정 이유와 역사관 논쟁 문제를 묻는 <디트뉴스> 질문에 “기본적으로 이승만 정부 출범 시점부터 국가 틀을 갖추고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라며 ‘1948 건국론’과 결을 같이 했다. 

그는 다만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역사도 그 가치가 있고, 존중해야 한다”며 “퇴임을 앞둔 이석봉 경제과학부시장이 건국 100주년 의미를 담으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받아 추진한 것”이라며 논쟁 확산에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급작스럽게 바뀐 사업명과 덧씌워진 의미 

대전시청사 전경.
대전시청사 전경.

‘2050 그랜드플랜’ 수립은 용역비만 5억 원에 이르는, 장기적인 도시 청사진을 그리고자 하는 상징성있는 사업이다. 급작스럽게 바뀐 사업명과 덧씌워진 의미의 배경을 ‘건국 100주년 기념’으로 설명한다면, 시민들은 이같은 역사 인식에 동의할 수 있을까.

뉴라이트 진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3일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정의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윤 정부 출범 이후 재점화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치켜세우고, 반대로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을 폄하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역시 “1948년에 수립하는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재건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임시정부에서 찾았다. 지금과 같은 건국 이념 논쟁을 꺼낸 적이 없다. 

시는 오는 14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대전 미래전략 2048 그랜드플랜’ 최종용역보고회를 연다. 20일에는 언론브리핑을 예정하고 있다. 민선8기 대전시정이 시민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다. ‘건국 100주년’보다는 ‘정부수립 100주년’ 명칭 사용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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