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홍천 하나은행 전 지점장과 유쾌한 만남
은퇴 후 마라톤 이어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선정 전국 100대 명산 완등
"등산을 통해 얻는 성취감으로 인생 2막을 열다"...곧 이어 책 출간

산을 오르며 인생 2막을 배우고 있는 김홍천 전 지점장. 정은진 기자

[세종=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전국 100대 명산에 오르며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대전·충청지역에서 30년 동안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김홍천 전 지점장(63)이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천안 광덕산부터 지난 11일 밀양 재약산까지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선정 전국 100대 명산' 등정 목표를 달성했다.

그가 오른 100대 명산의 높이를 더하면, 약 100km에 육박한다. 거리로는 806km, 총 소요 기간은 694일이다. 완등을 위해 이동한 거리만 해도 3만 756km. 무려 지구 둘레의 77%에 달한다.

그는 단순한 등산을 너머 쓰레기를 주우며 등반하는 '클린 마운틴'을 매번 선행하고, 100대 명산과 연계한 문화유적과 시조 등의 문학작품을 집대성한 책을 출판한다는 계획도 품고있다. 

산을 오르며 두번째 인생을 배우고 있다는 그를 만나 '산이 주는 성취감'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김홍천 전 지점장과의 일문일답

김홍천 전 지점장이 100대 명산 완등 기념으로 첫 산행지인 광덕산에 올라 지인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김홍천 전 지점장이 100대 명산 완등 기념으로 첫 산행지인 광덕산에 올라 지인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Q.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30여 년간 일한 하나은행에서 퇴직 후 대학교와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곳에 몸담아오다 성취감을 느끼고자 취미로 마라톤을 하게 됐다. 이 후 나이가 들며 마라톤이 힘들어 등산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마라톤과 등산 모두 목표를 향해가는 스포츠다 보니 성취감을 흠뻑 느끼게 돼 빠져들게 됐다."

Q. 언제부터 산에 올랐나? 왜 산을 좋아하게 됐나.

"대학교때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땐 목표의식 없이 등산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계적인 산행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점이 2021년 100대 명산 등반이다. 고향이 충북 옥천인데 자연 속에 살아왔던 기억도 산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다."

Q.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선정 '전국 100대 명산'을 완등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힘들었던 점은 설악산 공룡능선을 오를 때였다. 4명이 같이 갔었는데, 한 친구가 다리를 다쳐서 부축을 하고 내려왔다. 보통 공룡능선 산행은 12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땐 16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웃음). 

감동적인 순간은 올 여름 안개 가득한 가야산 해인사에서 우연히 안혜일 주지 스님과 마주친 순간이다. 스님은 팔만대장경 법조전 등의 해설을 해주셨는데, 조정래의 첫 장편소설 '대장경'을 읽고 난 후라 여운이 오래 남았던 것 같다."

김홍천 전 지점장이 100대 명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줍는 클린마운팅을 하고 있다. 
김홍천 전 지점장이 100대 명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줍는 클린마운팅을 하고 있다. 

Q. 100대 명산을 등반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산이 있다면. 

"순천 조계산이다. 천년고찰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천년 불심길'과 법정스님의 불일암 무소유길에서 산행을 마무리하는 일정을 최고로 손꼽는다. 천 년 전부터 스님들이 걸었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시공을 초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Q.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클린 마운틴'을 선행한 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어떤 쓰레기가 얼마나 나왔는지 궁금하다. 

"정상에 오를 때마다 가득해 진 봉투를 보면 흘린 땀과 함께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클린 마운틴을 하다보면, 일회용 물티슈와 플라스틱 물병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물티슈는 썩지도 않을 뿐더러 계곡으로 흘러들어가면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 것이 큰 문제다. 산에 갈때는 되도록 물티슈를 가져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김홍천 전 지점장이 2018년 오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풍경. 
김홍천 전 지점장이 2018년 오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풍경. 

Q.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 가셨는데 특별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2018년 2월 고교 동문 산악회를 이끌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에 나섰다. 네팔 대지진 이후의 등산이라 수도인 카트만두의 사원을 갔더니 부서진 잔해를 복구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해발 4130m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올랐는데,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워낙 눈이 많이 와서 헬기를 타고 하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눈이 사람 키보다 더 많이 왔었다."

Q. 곧 출간할 책에 대해 설명해달라.

"명산 주변의 문화유적을 답사하면서 출판을 마음먹게 됐다. 100대 명산을 오르며 산 이름, 봉우리, 지명, 고개의 유래와 사찰 중심 문화유적 답사, 그리고 명산과 관련된 소설이나 시, 시조 등을 함께 담아내려 한다. 현재 원고는 약 50~70% 정도 완성된 상태로 6개월 뒤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산을 오르다보면 인생의 축소판을 걷는 기분이 들곤한다. 홍천 님에게 산이 주는 의미는? 앞으로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면? 

"산은 인생의 축소판이란 말에 저도 동감한다. 이제 산은 제 삶의 의미이자 일부가 됐다. 히말라야를 오를때 다음 목표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추진이 어려웠는데, 다음 목표는 킬리만자로 산이다. 그 이후에는 스위스 몽블랑, 캐나다 로키산 등 앞으로도 산을 오르며 죽는 날까지 바쁘게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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